최근 미국 각 분야에서 대규모 감원 한파가 몰아치는 가운데 기업들이 이메일로 일방적 해고 통보를 하는 일이 급증해 논란이 번지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원격 근무가 일상화했지만, 직원들이 해고 통보만큼은 ‘대면(對面)’ 방식을 원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곳이 실리콘밸리다. 빅테크(대형 IT 기업) 업계에선 최근 1년간 20만여 명이 실직했는데 “잔인한 이메일 해고 통보를 받았다”는 경험담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달 구글은 직원 1만2000명을, 아마존은 1만8000명을 해고하면서 사전 논의 없이 이메일 통보만 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글에서 20년 일했다는 한 엔지니어는 지난달 31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새벽 5시 반에 개인 이메일로 해고 통지서가 와서 (사이버 범죄인) 피싱인 줄 알았는데, 회사 이메일에 접속하니 차단돼 있더라”며 “뺨 맞은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노동 유연성이 높은 미국에선 해고가 일상적이지만, 통보를 이메일이나 문자로 하는 것은 금기시됐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 원격 근무가 확산하고 채용도 온라인으로 하는 경우가 급증하자, 기업으로선 ‘채용처럼 해고도 온라인으로 하는 게 무슨 문제냐’고 여기는 분위기다. 대규모 감원 시 일일이 면담 일정을 잡기 어렵고, 기술·금융계에선 해고당한 직원이 회사 기밀 유출 등 보복을 하지 못하도록 해고와 동시에 사내 시스템에 접근하지 못하게 기습적인 이메일 통보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반면 최근 서베이몽키 여론조사에서 미 근로자의 67%는 “해고 통보만큼은 직접 만나서 얼굴을 보고 해야 한다”고 답했다. ‘줌(zoom) 미팅으로 하고 싶다’는 7%, ‘이메일 통보가 낫다’는 사람은 11%에 그쳤다. 상급자나 인사 담당자에게 해고에 대한 설명과 함께 위로를 받고, 그동안 쌓인 불만에 대해서도 대화하는 기회를 갖고 싶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의 한 칼럼니스트는 지난달 31일 “이별 방식은 사람의 기억에 평생 남는다. ‘사람을 일회용품 취급한다’는 말이 나오면 해당 기업의 평판을 망가뜨릴 수 있다”며 기업들이 이메일 해고 통보에 의존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