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방부는 미국의 핵 운용 전략 지침인 ‘핵태세검토보고서’(NPR) 전문을 한국어로 번역해 공개했다고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밝혔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작년 10월에 NPR을 공개했는데 4개월 뒤 한국 번역본을 별도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 발표는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의 방한 때 나왔다. 한국에서 미국의 핵우산 공약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억제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잇따르는 상황을 의식한 미 정부의 조치로 해석된다.
콜린 칼 미 국방부 정책차관은 이날 트위터 글에서 “(핵 운용 등에 대한) 투명성과 관련한 우리의 헌신을 보여주는 차원에서 2022 NPR을 중국어, 프랑스어, 일본어, 한국어, 러시아어 등 5개 언어로 추가로 발행했다”고 밝혔다. 칼 차관은 이어 “NPR은 미국 핵 정책에 대한 포괄적이며 균형 잡힌 접근을 나타낸다. 안전하고 확실하며 효과적인 핵 억제와 강력하고 신뢰할 수 있는 확장억제를 재확인한다”고 했다. 직전 트럼프 행정부에서 발표됐던 2018년 NPR은 21쪽 분량의 한국어 ‘요약본’만 제공했었는데, 이번 번역본은 42쪽에 달했다.
작년 10월 미 국방부는 NPR에서 “김씨 정권이 핵무기를 사용하고도 생존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없다”며 “미국이나 동맹·파트너에 대한 북한의 어떠한 핵 공격도 용납할 수 없으며 그 정권의 종식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했었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미국의 핵 우산 공약을 다시 확인하는 메시지를 낸 것이다.
또 NPR은 “(미국은) 중국, 북한, 러시아의 핵·미사일 개발에 대해 점증하는 우려를 인식하고 있다”며 “더 강한 확장 억제(핵우산)가 필요하다. 미국은 역내 핵 갈등을 억지하기에 적합한 ‘유연한 핵 전력’을 계속해서 전개할 것”이라고 했다. 군 당국은 ‘유연한 핵 전력’에 대해 “전략폭격기, 탄도미사일 발사 전략잠수함 등의 전진 배치가 포함된다”고 했었다. 북한과 중국의 핵 위협에 맞서 한반도 등에 전략 자산을 전진 배치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국방부가 한글·일본어뿐만 아니라 중국어와 러시아판 번역본도 공개한 것은 미국의 전략을 적성국에도 제대로 알려 이들의 ‘오판’을 방지하겠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방부는 2010년 보고서에선 스페인어, 러시아어, 아랍어, 중국어, 프랑스어로 요약본을 제공했고, 2018년엔 스페인어와 아랍어를 빼고 한국어와 일본어를 추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