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 10시(현지 시각) 미국 연방하원에서 청문회 두 개가 동시에 열렸다. 하원 군사위원회는 ‘미국 국방에 대한 중국의 위협’을, 재무위원회는 ‘중국의 경제적 위협’을 주제로 한 청문회였다. 군사·재무위가 모두 ‘중국의 위협’을 주제로 올해 첫 상임위 전체회의 청문회를 연 것이다. 작년 11월 중간선거에서 하원 다수당 지위를 탈환한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 등 공화당 지도부가 대중 견제를 새 의회의 제1과제로 제시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난주 발생한 중국 정찰 풍선의 미국 영공 통과 사건 여파가 컸다.
마이크 로저스 하원 군사위원장은 “지난주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공산당의 스파이 풍선이 미국의 가장 민감한 군사 시설 중 일부를 가로지르도록 허용하면서 중국의 첩보 노력이 모든 미국인에게 완전히 드러났다”며 “풍선이 노출된 것은 계산된 무력시위임에 틀림없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직면한 중국의 위협에 대해 순진하게 굴지 말아야 한다. 우리에게는 시간적 여유가 없고 이 위협을 압도하려면 지금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패트릭 맥헨리 하원 재무위원장도 “지난주 중국공산당의 행동으로 명확해졌다. 중국은 동맹도 전략적 파트너도 아니고 우리의 경쟁자”라며 “미국의 글로벌 스탠더드에 유일하고 가장 큰 위협을 야기한다”고 말했다. 특히 재무위원회는 ‘중국의 군사·정찰 기업 제재법’ ‘대만 보호법’ ‘중국의 불공정한 수출 보조금 무효화법’ 등 중국의 경제·재정 시스템을 겨냥한 법안 17개를 한꺼번에 심의에 올렸다.
미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이를 ‘공화당의 반중(anti-China) 기습 공격’이라고 표현하며 “중국의 풍선을 터트리는 데는 미사일 1발이 필요했다. 이제 하원의 공화당 의원들은 중국 경제와 재정 시스템을 고립시키기 위해 17개의 법안 세례를 준비했다”고 전했다.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은 6일 40국 외교관 150여 명을 초청해 정찰 풍선에 대해 미국 정부가 조사한 내용을 공개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중국 베이징에서도 주중 미국 대사관이 6~7일 현지 외교관을 불러 정찰 풍선 관련 브리핑을 했다. 국무부는 전 세계 미국 공관에 풍선 관련 정보를 보내 동맹국 등과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투자은행 코웬앤드컴퍼니의 워싱턴 리서치 그룹에서 일하는 로만 슈와이처 항공·국방 담당 국장은 CNBC방송에 “이번 풍선 위기는 양자 관계와 미국 대중의 여론, 정치적 토론과 대중 정책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찰 풍선 사건으로 부각된 미국민의 반중 정서는 연방의회뿐만 아니라 주(州) 의회의 법안 발의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각 주에서 중국 국적자와 중국 기업의 토지 매입을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텍사스주 사례를 들었다. 공화당 소속인 주의회 상원의원이 중국·러시아·북한·이란 국적자나 기업이 텍사스에서 토지와 주택 등 부동산을 매입하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법안을 지난달 발의했다는 것이다.
공화당 소속의 다른 주지사들도 이런 움직임에 동참하는 분위기다.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적국이 재산을 갖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글렌 영킨 버지니아 주지사는 주의회 연설에서 중국 정부와 연관된 ‘위험한 외국 단체들’이 농경지를 매입하는 것을 막는 주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의원들에게 촉구했다.
한편 이날 미 해군은 폭발물 처리반 요원들이 격추된 중국 정찰 풍선의 잔해 일부를 수거하는 사진을 공개했다. F-22 랩터 전투기가 중국 정찰 풍선을 격추했던 지난 5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머틀 비치 앞바다에서 바람 빠진 흰색 풍선 조각과 일부 잔해를 수거했다는 것이다.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ABC방송에 “(수거한) 잔해들은 분석을 위해 버지니아 콴티코의 연방수사국(FBI) 연구소로 보내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미국이 격추한 비행체는 미국의 것이 아니라 중국의 것”이라며 소유권을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