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공급망이 미국에서 시작될 수 있도록 확실히 하고 있다. (이를 통해) 미국의 중추인 중산층을 재건하겠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 시각) 미 워싱턴DC 연방의회 하원 본회의장에서 연두교서(국정 연설)를 발표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자신의 대선 공약인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미국 제품 구매)’ 정책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정찰 풍선’ 사건으로 갈등을 빚은 중국에 대해선 “만약 중국이 주권을 위협한다면 우리나라를 보호하기 위해 행동할 것”이라고 말했다./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7일(현지 시각) 밤 워싱턴 DC 연방의회 하원 본회의장에서 진행된 연두교서(국정 연설)에서 이같이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 임기 후반부 국정 운영 방향을 담은 이번 연설에서 바이든은 경제 성과를 부각하며 자신의 대선 공약인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미국 제품 구매)’ 정책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했다. 이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좌우하는 중산층을 중시한다는 메시지로, 그의 임기 후반기에 한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에 경제적 부담이 되는 정책이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을 상징하는 파란색 넥타이를 맨 바이든은 72분에 걸쳐 진행된 연설에서 한국산 전기차를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해 “가장 유의미한 투자”라며 “(공화당) 일각에서 (법안) 폐기를 원하지만 (폐기 법안이 통과될 경우) 대통령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은 “연방 기반 시설 프로젝트에 사용되는 모든 건설자재를 미국에서 만들도록 요구하는 새로운 기준을 발표할 예정”이라며 “내가 지켜보는 가운데 미국 도로, 미국 다리, 미국 고속도로가 모두 미국 제품으로 만들어질 것”이라고 했다.

백악관은 별도로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도로, 교량 건설뿐만 아니라 수도 인프라나 초고속 인터넷 설치 등 연방 재정을 통해 지원되는 모든 인프라 지출에 (바이 아메리칸 원칙이) 적용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구리와 알루미늄뿐만 아니라 광섬유 케이블, 목재, 석고보드 등도 모두 해당될 것”이라고 했다. 워싱턴의 소식통은 “트럼프 행정부 때 시행된 한국산 철강 제품의 대미 수출 물량 제한이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며 “이번 정책으로 다른 분야의 한국 수출 기업들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바이 아메리칸 원칙은 6000억달러(약 756조원) 규모에 달하는 미 연방정부의 제품 구매·조달 시장에서 미국산 비율을 확대하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바이든 대통령이 나서서 모든 정부 주도 인프라 건설 분야에서도 미국산 재료 및 부품 사용을 의무화해 미국산 제품 사용 범위를 확장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바이든은 2024년 재선 도전 발판을 확고히 하려는 듯 올해 연두교서에서 미국 중산층과 관련된 언급을 많이 했다. “수십 년간 중산층은 (좋은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공동화(空洞化)됐다”며 “보수가 좋은 제조업 일자리가 너무 많이 해외로 이전하고 있다. 공장들이 문을 닫았다. 한때 번영했던 도시들은 그림자가 됐다”고 했다.

그는 “2년 전 (정부 초기) 우리 경제는 비틀거렸으나 우리는 기록적인 1200만개의 일자리를 그동안 창출했다”며 경제 성과를 강조했다. “미국의 이야기는 진보와 회복력에 대한 것”이라며 “우리는 위기에 빠질 때보다 더 강하게 위기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국가다. 그것이 우리가 (지금 현 정부에서) 또 하고 있는 일”이라고도 했다.

바이든은 최근 ‘정찰 풍선’ 사건으로 미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에 대해 “미국의 이익을 증진시키고 세계에 이익을 줄 수 있는 분야에선 중국과 협력할 것을 약속한다”면서도 “하지만 만약 중국이 우리의 주권을 위협한다면, 우리는 우리나라를 보호하기 위해 행동할 것이고, 실제 그렇게 했다”고 했다. “(현 정부 들어) 동맹은 강화되고 있고 더 큰 비용을 지출하며 더 많은 일을 하고 있다”며 “태평양과 대서양 파트너 사이에 다리가 형성되고 있고, 미국에 맞서는 이들은 그들(중국)이 얼마나 잘못됐는지를 배우고 있다”고도 했다. ‘대중 전선’을 위해 미국이 주요 파트너 국가들과 규합한 다자(多者) 안보 협의체 쿼드(Quad), 오커스(AUKUS),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등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됐다.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및 계속되는 공격에 대해 “2차 세계대전에서 유럽이 겪었던 죽음과 파괴의 이미지를 불러일으키는 살인적인 공격이었다”고 했다. 이어 이날 연설에 초대된 옥사나 마르카로바 주미 우크라이나 대사를 향해 “미국은 당신의 나라를 지지하는 마음으로 단결돼 있다. 필요한 만큼 함께할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작년 3월 취임 후 첫 연두교서 때도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선 발언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