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중국 국가주석)은 우리가 모두 안다고 여겼던 그 1990년대의 시진핑이 아니다. 중국의 (새로운) 도전에 맞서야 한다.”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은 9일(현지 시각) 상원 외교위원회가 개최한 청문회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대중 강경파로 꼽히는 공화당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이 ‘중국과 같은 독재국가들이 민주주의를 거부해야 한다는 신호를 공개적으로 보내는 상황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안보) 비전이 무엇인가’라고 질문하자 바이든 행정부(민주당) 고위 관계자가 이같이 응답한 것이다. 시진핑이 1985년 허베이성 정딩현 당서기 자격으로 축산 대표단을 이끌고 아이오와주를 방문, 농장을 돌아본 인연으로 미국 측은 한동안 그를 우호적인 인사로 봐왔었는데 더 이상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미 선거 분석 매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 등은 이날 둘의 대화를 부각시키면서 “(중국 문제에 대해선) 점점 더 공화당과 민주당의 입장 차이가 희미해지고 있다”고 했다. 루비오 의원은 이날 “미국이 중국을 WTO(세계무역기구) 등에 가입시켰고 중국은 전례 없는 부의 축적을 이뤘다”며 “(그러나) 중국이나 러시아 등은 (미국의 의도처럼) 민주적으로 되기는커녕 더 독재화됐다. (경제 부흥을 통해 이들을 민주국가로 이끌겠다는) 미국의 도박은 실패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이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대책은 무엇이냐”고 했다.
이에 대해 셔먼 부장관은 “우리의 삶의 방식, 민주주의, 신념이나 가치가 (중국에 의해) 도전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시진핑)의 국가는 규칙 기반의 세계 질서를 바꾸길 원하는 유일한 국가”라고 비판했다. 그는 최근 중국의 정찰 풍선과 관련해 “우리는 중국이 초래하는 위험에 대해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며 어떤 국가도 (미국의) 주권을 침해하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는 것을 계속 증명할 것”이라고 했다.
일라이 래트너 국방부 인도·태평양 안보 담당 차관보도 이날 청문회에서 “중국 인민해방군(PLA)은 시진핑의 (군사 야욕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며 “최근 몇 년간 중국은 인·태 지역에서 더 위험한 강압적이고 공격적인 행동을 하고 중국(시진핑)은 점점 더 이런 PLA에 의존하고 있다”고 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풍선 사태 이후에도 “중국과는 갈등이 아닌 경쟁을 추구하는 것”이란 입장이지만, 워싱턴 정가에선 “당을 불문하고 대중 사안에 있어서 ‘매파’가 되지 않고는 앞으로 목소리를 높이기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