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찰 풍선의 미국 영공 침입 사건으로 미·중 간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미국 해군과 해병대가 남중국해에서 지난 11일 대대적인 합동 훈련을 했다고 밝혔다. 이에 맞서는 듯 중국 인민해방군은 남중국해를 끼고 있는 남부전구(南部戰區) 해군이 실전 훈련을 했다며 13일 사진을 공개했다. 중국군은 이날 서해에서 실탄 사격 훈련을 시작했고, 17일까지 진행한다. 양국 간에 군사적 긴장이 계속해서 확산하는 분위기다.
미 해군 7함대는 제11항모강습단(CSG), 마킨 아일랜드 상륙준비단(ARG)과 해병대 제13해병원정대(MEU)가 남중국해에서 함께 ‘통합원정타격군(ESF) 훈련’을 했다고 12일(현지 시각) 밝혔다. 훈련 시점은 11일이라고 발표했지만, 남중국해 어느 지점에서 어떤 상황을 상정해 훈련을 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제11항모강습단은 핵 추진 항공모함 니미츠호와 순양함 1척, 구축함 3척, 비행중대 몇 개가 포함돼 있다. 마킨 아일랜드 상륙준비단은 강습상륙함 1척과 상륙장갑차·헬리콥터를 탑재할 수 있는 상륙수송 선거함(船渠艦) 2척으로 이뤄져 있다.
제13해병원정대는 해상을 기반으로 하되 상륙·지상·항공 작전 능력을 모두 갖춘 기동부대다. 이런 구성으로 볼 때, 미 해군과 해병대가 남중국해에서 전방위적 작전을 펼치는 상황을 상정하고 훈련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날 훈련에 대해 미 7함대는 “니미츠 통합원정타격군은 해상과 해안, 공중에서 동시에 매끄러운 작전 능력을 보였다”고 발표했다.
중국 국방부도 이에 질세라 13일 “며칠 전 해군 모 부대가 실전화 훈련을 했다”며 해상을 가로지르는 함정 사진을 공개했다. 중국군 기관지 해방군보도 이날 “남부전구 해군 모 부대가 복잡한 특수 상황을 설정해 실전 능력을 연마했다”고 보도했다. 남부전구는 중국 최남단 지역으로 남중국해를 끼고 있다. 르포 형태로 작성된 기사에는 중국 호위함이 내습해 오는 가상의 적기(敵機)를 포착, 유도탄을 발사해 격퇴하는 장면이 담겼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대만 국방부에 따르면, 이날 중국 군용기 18대가 대만 방공식별구역을 침범하며 기동 훈련을 실시했다. 이 중 11대는 대만과 중국 간의 암묵적 경계선인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었다. 중국 군함 4척도 보조를 맞춰 움직였다. 미국 폭스뉴스는 “중국의 (대만 방공식별구역) 침범은 최근 몇 달간 거의 매일 있는 일이지만, 이번에는 미 해군과 해병대가 남중국해에서 합동 훈련을 하자마자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별도로 중국 동북쪽 랴오닝성 다롄시 해사국은 “13일 오전 8시부터 16일 오후 4시까지 황해 북부 부분 해역에서 실탄 사격이 진행될 예정이니 진입을 금지한다”는 항행 경고를 발령했다. 중국군은 한국과 해상 경계선이 획정되지 않은 서해 중간수역에서 훈련 빈도를 대폭 늘리고 있다.
중국의 정찰 풍선 탓에 촉발된 미국의 미확인 물체 격추 작전도 계속되고 있다. 북미항공우주사령부는 12일 “오후 2시 42분 미시간주 휴런 호수 위의 미국 영공에서 약 2만피트(6096m) 고도로 날고 있는 비행 물체를 F-16 전투기가 AIM-9x 미사일을 발사해 성공적으로 격추했다”고 밝혔다. 이 물체가 지난 4일 격추된 것 같은 풍선 형태인지, 정찰 능력이 있는지 등은 불분명하다.
북미항공우주사령부는 “이 물체가 안전한 비행에 위험 요소이며 잠재적 정찰 능력 때문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했다”면서 “무엇인지 더 알아내기 위해 이 물체를 회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3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의 고공 기구(풍선)가 지난해 이후에만 10여 차례 중국 영공으로 넘어 들어왔다”며 “미국은 스스로 반성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