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에서 만난 한·미·일 외교차관이 손을 잡고 기념 촬영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조현동 외교부 제1차관,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 모리 다케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 이들은 이날 3자 회담에서 중국 정찰 풍선이 미국 영공을 침공한 것에 대해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주한미국대사관

한·미·일 외교차관은 13일(현지 시각) 워싱턴DC에서 열린 3자 회담에서 중국의 정찰 풍선이 미 영공을 침공한 사건에 대해 “타국의 영토와 주권 침해는 국제법상 결코 용납될 수 없다”며 일제히 중국을 규탄했다. 미·중이 이번 사태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3국이 의견을 함께하며 ‘대중 전선’을 강화한 것이다. 또 미국은 미·일 외교·산업장관이 참여하는 이른바 ‘경제판 2+2 회의’인 경제정책협의위원회(EPCC)나 미·일·호주·인도 4자 안보협의체인 ‘쿼드’와 관련, “(우리는) 새로운 형태에 열려 있다”며 한국이 참여 결정을 하면 긍정적으로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은 이날 국무부 청사에서 진행된 공동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풍선은) 정찰 기구였고, 우리 영토 위에 있어 우리가 격추할 권한이 있었다고 확신한다”며 “군사 지역 보호와 미국민 보호를 위해 격추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미국의 정찰 풍선이 중국 영공을 10차례 이상 침범했다는 중국의 발표에 대해선 “미국 정찰 풍선이 중국 영공에 날아간 사례는 전혀 없다”고 했다.

조현동 외교부 1차관도 풍선 사태와 관련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우린 다른 나라의 영토 주권에 대한 어떠한 침해도 용납될 수 없고 이에 대해 국제법에 따라 필요한 조처를 할 수 있음을 이미 분명히 해왔다”고 했다. 모리 다케오(森健良)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도 “중국이 미국의 영토와 주권을 침해했고 미국은 이에 합법적으로 대응했다”고 했다.

셔먼 부장관은 이날 “(한·미·일은) 중국이 제기하는 도전에 대해 국내외적으로 단결된 자세로 대응해야 할 필요성도 논의했다”며 “한국, 일본을 비롯한 동맹국들과 전 세계 파트너들과 연대해 지역과 국제적으로 규범에 입각한 질서에 도전하는 중국의 행동을 저지할 것”이라고 했다. 셔먼 부장관은 최근 미 연방상원 외교위원회가 미·일 경제 2+2회의와 쿼드 등에 한국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한 데 대해선 “우리는 항상 새로운 형식을 통해 구체적인 결과를 효과적으로 가져올 새로운 방법에 열려 있다”고 했다. 모리 차관은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 태평양 등 모든 국제 현안에 대해 한국과 협력하고 싶다”고 했다.

이날 미 국무부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발표된 지 1년을 맞아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대중 연합을 위해 미국이 주요 파트너 국가들과 규합한 다자(多者) 안보 협의체 쿼드(Quad), 오커스(AUKUS),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등과 한·미·일 3각(角) 협력 등을 성과로 언급했다. 이어 “(중국 등) 21세기의 도전을 해결하기 위한 (인·태) 지역의 역량과 회복력을 (한·미·일 동맹과 함께) 강화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조 차관은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해선 “(북한) 비핵화 없는 평화는 가짜 평화”라며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굳건한 한미 연합 방위 태세를 구축할 것이고, (특히) 우리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개발 자금을 차단할 것”이라고 했다. 3국 장관은 공동성명에서 “북한의 불법적인 탄도미사일 발사와 연속된 재래식 군사 행동을 강력 규탄한다”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공약을 확인하고 모든 유엔 회원국이 안보리 결의를 지속적으로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