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원인 니키 헤일리(51)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가 14일(현지 시각) 2024년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작년 11월 이미 대선 출마를 선언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도전할 뜻을 밝힌 첫 공화당 후보가 등장하면서 공화당 대선 경선 경쟁에도 시동이 걸릴 전망이다. 헤일리는 여성 최초로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를 지낸 뒤 트럼프 행정부 시절 유엔 대사를 지냈다.
헤일리 전 대사는 이날 공개한 영상을 통해 “워싱턴의 기득권은 우리를 실망시키고 또 실망시켰다. 새로운 세대의 리더십이 재정 의무를 재발견하고 국경을 안전하게 만들며 우리나라(미국), 우리의 자긍심과 우리의 목적을 강화할 때”라며 출마 의사를 밝혔다. 인도계 미국인인 그는 이 영상에서 “나는 자랑스러운 인도 이민자의 딸”이라며 “나의 부모님은 나와 형제 자매들에게 매일 우리가 미국에 사는 것이 얼마나 축복받은 일인지를 일깨워주셨다”고 했다.
유엔 대사 시절 북·중·러에 대한 강경 발언으로 유명했던 그는 또 “중국에서는 인종 학살이 벌어지고 있다. 이란은 정부에 도전했다고 자국민을 살해한다”며 “최악의 날에도 미국에 사는 우리는 축복받은 것”이라고 했다. 만약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승리하면 헤일리는 공화당이 지명하는 최초의 여성 대선 후보이자 최초의 아시아계 미국인 대선 후보가 된다.
헤일리는 최근 트럼프에게 전화를 걸어 대선 출마 의사를 밝혔고, 트럼프는 이에 반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도 트럼프는 헤일리의 출마에 대해 “니키 헤일리가 비록 ‘나는 내 대통령(트럼프)에게 맞서 출마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위대한 대통령이었고 내 인생 최고의 대통령이었다’고 말한 적 있지만, 내가 그에게 마음 가는 대로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권했다. 행운을 빈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아직 대선 출마 선언을 하지 않은 최대 경쟁자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와 신경전을 벌여온 것과는 무척 다른 반응이다. 여론조사에서 한참 밀리는 헤일리는 자신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로이터 통신과 여론조사 기관 입소스가 지난 6~13일 공화당원 1465명을 상대로 벌인 여론조사에서 트럼프는 응답자 43%의 지지를 받았다. 응답자의 31%는 디샌티스 주지사를 지지한다고 말했고, 헤일리를 지지한다는 응답자는 4%에 그쳤다. 그 외에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 등도 공화당의 잠재적 대권 주자로 여겨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