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오후(현지 시각)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의 심장부에 자리 잡은 뉴욕증권거래소(NYSE) 객장. 장 마감을 30분 앞두고 트레이더 200여 명의 얼굴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회원사 부스마다 매수·매도 주문 차트를 띄워놓은 10여 개의 모니터와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경제 뉴스를 번갈아보던 트레이더들은 어딘가로 전화 통화를 한 뒤 큰 소리로 호가를 하고, 일부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바삐 달려가거나 욕설을 했다. 신문사 마감 시각 저리 가라 할 분위기였다.
이날 기자가 국무부 등록 외신기자 자격으로 방문한 뉴욕증권거래소는 2001년 9·11 테러 이후 보안이 강화돼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된 곳으로, 언론 공개도 코로나 팬데믹 이후 처음이다. 미 건국 직후인 1792년 설립, 230년이 넘은 이 세계 최대 자본시장엔 2400여 기업이 상장돼있고 하루 평균 3000억달러(약 391조원)어치 주식이 거래된다.
한국 서학개미 등 전 세계 투자자들이 원격으로 거래하는 뉴욕 증시 내부는 의외로 ‘아날로그’ 감성이 물씬했다. 우선 트레이더와 직원들은 물론 방문객에게도 정장을 입으라고 요구했다. “청바지와 운동화, 셀카봉은 절대 안 된다”고 했고, 모두가 이름표를 달았다. 돈과 신용을 다루는 곳인 만큼 규칙과 예의를 지키라는 것이다.
주식 거래가 전산화된 시대에 뉴욕증권거래소처럼 트레이더들이 객장을 꽉 채운 풍경은 보기 힘들다. 이곳도 한때 전산화로 트레이더 수가 줄었으나, 100% 전산화와 원격 근무가 회원사끼리의 소통과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일며 트레이더들이 객장에 돌아왔다고 한다. CNBC 같은 경제 매체는 객장에 상설 스튜디오를 두고 생방송 중계를 하고 있었다. NYSE 관계자에게 “한국에 있는 노량진 수산시장이란 곳이 생각난다”고 하자 “오늘은 다우지수 등이 올라 조용한 편이다. 주가가 크게 떨어지는 날엔 우는 사람도 있고 더 시끄럽다”는 답이 돌아왔다. 미 물가·고용지표,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 여부 등 글로벌 경제에 영향을 끼치는 메시지가 나오는 시시각각 이곳부터 울고 웃는다는 것이다.
4시 장이 마감하자 트레이더들은 그제야 웃으며 음료를 들이켜거나 TV 화면을 야구 경기로 바꿨다. 이날 상장 15주년을 맞은 한 금융사 임직원이 방문해 폐장 종을 땡땡 울리자 환호와 박수가 퍼졌다. 각국 기업이 글로벌 홍보 효과가 큰 개장·폐장 벨을 울리려고 두 달 이상을 대기한다고 한다. 카산드라 세이어 NYSE 해외자본시장 팀장은 “작년엔 연준 긴축으로 약세장이 이어지고 기업공개(IPO)도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이었지만, 올 하반기부턴 증시가 다시 살아날 것으로 본다”며 “한국 기업의 상장도 더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