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금융위기 이후 추락하던 출산율이 코로나 팬데믹 이후 오히려 반등, '팬데믹 베이비붐'이란 말까지 나오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미시간주에서 태어난 신생아가 젖을 먹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에서 코로나 팬데믹 이후 반등하는 출산율이 최근 광범위하게 확산하며 자리를 잡은 재택근무와 관련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은 금융 위기가 몰아친 2008년부터 합계출산율이 매년 떨어져 팬데믹 첫해인 2020년에는 1.59명까지 추락했는데, 이듬해인 2021년 1.67명으로 처음으로 깜짝 반등했다. 지난해에는 1.7~1.8명대로 더 올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꼴찌 수준인 한국(0.78명)의 2배 이상일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미 싱크탱크인 경제혁신그룹(EIP)은 재택근무 확산에 따라 일과 가정을 양립하기 쉬운 여건이 출산율 증가의 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미 인구정보가정조사(DIFS)가 여성 3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일부라도 재택근무를 하는 근로자가 일절 하지 못하는 이들보다 아이를 가질 확률이 10%포인트 이상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재택근무를 하는 미혼 여성이 ‘1년 이내 결혼하겠다’고 답한 비율이 22.0%로, 하지 않는 이들(15.7%)보다 높았다.

재택근무자들은 직장 때문에 부부나 커플이 떨어져 지내지 않아도 되고, 통근이나 사무실 업무 시간에 얽매이지 않는다. 출산과 육아에 쏟을 시간과 여유가 더 늘어나면서 출산율 상승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재택근무를 하는 여성 중에서도 부유하고, 나이가 많고, 교육 수준이 높고, 이미 자녀가 있을수록 아이를 더 가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재택근무 중인 미국 근로자. 재택근무가 커플의 동거나 결혼 가능성을 높이고 육아와 살림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있게 하는 요인이 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AP연합뉴스

미국은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 비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높다. 교외의 넓은 주택에 사무실을 꾸미고 재택근무하는 이들이 급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최근 미국의 사무실 점유 비율은 팬데믹 이전에 비해 40~60% 수준에 머무르고 있지만, 유럽은 70~90%, 아시아는 80~110%에 이른다. 다만 미국 재택근무의 확산이 출산율을 다소 높였지만, 주택 가격 상승과 대도시 상업지구 상권의 몰락, 교통 등 공공 서비스의 하락, 지방정부의 세수 감소 등 부작용도 낳고 있어, 국가 경제 전반에 끼치는 영향을 제대로 평가하기는 이르다고 시사주간지 애틀랜틱은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