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사상 최대 규모의 내년도 국방 예산 편성을 의회에 요청했다고 백악관이 9일(현지 시각) 밝혔다. 중·러와 군사력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미국의 노력이 가속화할 것이란 관측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바이든 행정부는 이날 의회에 요청한 2024 회계연도(2023년 10월~2024년 9월) 예산안에서 8420억달러(약 1111조원)를 국방 예산으로 책정했다고 발표했다. 올해 국방 예산보다 3.2% 증가한 것이다. 전임 트럼프 행정부에서 최고액은 7529억달러(약 994조원)였다. 백악관은 이날 “중화인민공화국(PRC)은 국제 질서를 재편하려는 의도를 가진 미국의 유일한 경쟁자이며, 이를 위한 경제·외교·군사·기술적 힘을 점점 더 강화하고 있다”며 “전례 없고 특별한 도전에 대응하기 위한 자원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번 예산안이 미 3대 핵전력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전략적 억제, 지속적인 핵 현대화 프로그램을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3대 핵전력은 전략핵잠수함과 전략폭격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말한다. 중·러와 군사력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핵 능력 제고에 집중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됐다. 미국 및 동맹 안보를 위한 통합 억제력을 유지하기 위해 377억달러(약 50조원)를 책정했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역할을 강화, 경제 선진화 등을 위해서는 60억달러를 투입한다. 중국이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구상 등을 통해 동남아 각국과 밀착하는 것을 견제하려는 조치다.

바이든 행정부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동맹국에 대한 확장 억제 유지 등을 ‘2024년 태평양 통합 억제(integrated deterrence)’라고 명명하고, 91억달러(약 12조원)를 배정했다고 밝혔다.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강력한 억제력을 유지하고, 북한·이란과 폭력적인 극단주의 조직이 제기하는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핵태세검토보고서(NPR)를 이행하기 위한 투자, 안전하고 효과적인 핵 비축, 핵 위험 감소 등을 위해 국가핵안보관리청(NNSA)에는 238억 달러를 배정했다. 장거리 공격 능력을 강화하고 극초음속 능력의 개발과 시험에 대해서도 투자하겠다고 했다. 미국의 국방비 지출액은 세계 1위다. 나머지 2~11위 국가의 총액보다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