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용 주미한국대사는 9일(현지 시각) 워싱턴DC 한미경제연구소(KEI) 주최 한미동맹 70주년 행사에서 한국 정부의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해법을 두고 “한일관계뿐 아니라 한미관계 차원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했다.

주미한국대사관과 한미경제연구소(KEI)가 9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 있는 KEI에서 개최한 한미동맹 70주년 행사에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조태용 주미대사, 토머스 허버드 전 주한미국대사가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 대사는 이날 “(한국 정부의) 이 결정은 한국과 일본에 관한 것만은 아니다. 이는 미국과 우리의 관계, 인도·태평양과 전 세계에서 규범에 기반한 질서를 유지하고자 하는 우리의 바람과 관련된 것이기도 하다”며 “이 결정이 한일 양국, 그리고 미국을 포함한 3국이 앞으로 협력하고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해낼 많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는 이 문제(한일 문제는) 를 정치적 관점이 아닌 전략적 관점, 더 넓은 미래 지향적 관점에서 접근하려고 한다”며 “한국 정부는 일본과 협상을 계속하기보다는 주도권을 잡고 리더십을 발휘해 궁극적으로 우리나라의 이해관계에 부합하는 결정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조 대사는 “물론 어려움도 있고, 다른 목소리도 있다”며 “일본이나 다른 국가가 아니라 한국의 미래와 근본적인 이익을 위해 일본과의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결정적인 선택을 한 것이란 점을 설득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해리 해리스 전 주한미국대사는 강제징용 해법에 대해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정치력을 발휘했다”고 했다. 일본계 미국인인 해리스 전 대사는 “일본과 한국 간 역사적 문제의 중요성과 심각성을 저평가하려는 것은 아니다”라며 “하지만 두 정상의 정치력 덕분에 양국은 미래를 바라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조상의 명예를 경시해서는 안 되지만 후손의 성공을 위한 무대를 마련할 수 있게 미래도 봐야 하며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그것을 해냈다”고 했다. 그는 기시다 총리가 윤 대통령을 일본으로 초청한 게 매우 의미 있다며 “한일관계와 한미일 3자 관계, 그리고 확실히 한미동맹에 매우 좋은 시기”라고 했다.

미 싱크탱크 등 조야에서도 윤석열 정부가 일제 강제징용 배상 문제에 대한 해법을 내놓은 데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졌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개최한 이날 화상 간담회에서 유키 타츠미 미 스팀슨센터 동아시아 프로그램 공동소장은 “미국 입장에서 이는 정말로 중요한 계기”라며 “미국은 동등하게 중요한 두 동맹의 사이에 끼어드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았다. 한일 양국이 강제징용 문제 해법에 나선 것은, 미국 입장에서 자유롭고 열려있는 인도 태평양이라는 의제를 밀고 나가는 데 있어 큰 도움”이라고 했다. 이어 “새로운 한일관계가 기능하면서 마침내 한국이 쿼드에 더욱 관여하는 방안 및 이를 더 크게 확대하는 문제에 대해 논의를 시작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빅터 차 CSIS 한국석좌도 “지정학적 관점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합의가 발표된 직후 곧장 환영 입장을 밝힌 것이 흥미로운 대목”이라며 “이 문제는 국내 문제지만 한국과 일본을 둘러싼 세계는 북한, 중국, 러시아까지 전쟁터다. 이런 차원에서 협상은 그 자체로 그치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한일 관계 개선이 역내 안보 강화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