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만약 대만 침공에 성공하면 중국이 세계적 반도체 회사 TSMC의 공장을 확보하기 전에 미국이 이를 파괴할 것이라고 백악관의 전직 고위 당국자가 밝혔다. 13일(현지 시각) 미국의 뉴스 사이트 ‘세마포(Semafor)’에 따르면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국제안보포럼을 계기로 이 회사 에디터와 만나 “미국과 동맹국들은 절대로 그 (TSMC의) 공장들이 중국의 손에 떨어지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고 한다. 오브라이언 전 보좌관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임기 후반인 2019년 9월부터 2021년 1월까지 국가안보회의(NSC)를 이끌며 당시 미국의 외교안보 전략을 총괄한 인물이다.
오브라이언 전 보좌관은 이 공장들을 확보하면 중국이 “실리콘 칩(반도체)의 새로운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OPEC이 산유량을 조절하며 세계 경제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처럼 중국도 최첨단 반도체 생산을 쥐락펴락하게 될 것이라는 뜻이다. 오브라이언은 “(그렇게 되면 중국이) 세계 경제를 통제한다”며 “현실을 직시하자. (유사시 TSMC의 파괴로)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가 나치 독일에 항복하자 프랑스 함대가 독일 손에 넘어갈 것을 우려한 영국이 프랑스 함대를 공격해 1000여 명의 프랑스 병사들을 숨지게 했던 일화도 거론했다고 세마포는 전했다.
앞서 미 육군 대학원(Army War College)의 계간지 ‘파라미터’는 2021년 11월 ‘부서진 둥지: 중국의 대만 침공 억지’란 제목의 글을 통해 비슷한 주장을 펼친 바 있다. 이 글의 저자는 “미국과 대만은 대만을 (중국이) 무력으로 점령하더라도 매력이 없을뿐더러 유지 비용이 많이 드는 곳으로 만드는 초토화 전략의 계획을 세워야 한다”며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반도체 제조사이자 중국의 가장 중요한 공급원인 TSMC의 설비를 파괴하겠다고 협박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했다. TSMC 공장이 파괴되면 “미국의 동맹인 한국에 기반한 삼성이 최첨단 반도체의 유일한 대안”이 되고 “공식적으로 전쟁이 끝난 후에도 (중국이 치를) 경제적 대가가 몇 년간 계속된다”는 것이다. 작년 10월 천밍퉁 당시 대만 국가안전국장은 “중국이 황금닭을 차지하더라도 황금알을 낳게 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중국이 TSMC 공장을 차지해도 가동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에 TSMC 공장을 초토화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TSMC도 최첨단 반도체 생태계의 일부일 뿐이라 미국 등 외부의 기술과 부품 없이 중국 혼자 공장을 가동할 수 없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