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의 MQ-9 리퍼 무인공격기 /연합뉴스

14일 오전 7시3분쯤 우크라이나 남동부와 인접한 흑해 상공에서 러시아의 SU-27 수호이 전투기와 충돌 후 프로펠러 손상으로 추락한 MQ-9 무인공격기에 대해 미군 유럽사령부는 “국제 공역에서 통상적 작전을 수행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유럽·아프리카 주재 미 공군은 주기적으로 유럽 각국 영공과 국제 공역(international airspace)을 비행하며, 이번에도 MQ-9 무인공격기가 정보·감시·정찰(ISR) 목적의 비행 중이었다는 것이다. 이런 비행에 대해 미군은 “(미군의) 주둔국가와 국제법에 따라 이뤄진다”고 했다.

추락한 MQ-9 무인공격기는 미군의 주력 무인기다. 정보·감시·정찰 임무만 수행할 경우 30시간, 무장을 최대한 적재할 경우 14시간을 고고도 체공하며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 최대 시속 482km를 낼 수 있으며 거의 소음 없이 비행하며 목표물을 정확히 타격할 수 있기 때문에 ‘침묵의 암살자’란 별명도 갖고 있다. 지난 2020년 1월 미군이 이란혁명수비대 정예군의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제거할 때 동원했던 것이 바로 MQ-9 리퍼다. 이런 점 때문에 러시아가 수호이 전투기 2대를 투입해 근접 차단 기동에 나섰을 가능성도 있다.

이번 MQ-9 무인공격기의 추락은 작년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처음으로 러시아와 미군 군용기가 직접 접촉한 사건이기도 하다. 러시아 국방부는 “그 무인기가 트랜스폰더(비행 정보 발신기)를 끈 채 (러시아의) 특별 군사 작전을 위해 설정된 임시 영공 체계의 경계를 위반해 비행했다”고 책임을 미국 측에 떠넘기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또 수호이 전투기와 MQ-9 사이의 충돌은 없었으며 MQ-9가 고도를 유지하지 못하고 추락한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미군은 MQ-9가 러시아 손에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회수 작전을 계획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CNN에 “이 특정 무인기에 대해 우리의 자산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밟고 있다”며 “우리 외의 누군가가 그 무인기에 손대는 것은 분명히 원치 않는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