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현지 시각) 미국 오클라호마주에서 열린 대학 레슬링 대회를 관람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AP 연합뉴스

‘성추문 입막음’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 시각) 자신이 곧 체포될 것이라며 지지자들의 궐기를 촉구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이 운영하는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올린 글에서 “선두를 달리는 공화당 대선 후보이자 전직 미국 대통령이 다음 주 화요일(21일) 체포될 것”이라며 “항의하라. 우리나라를 되찾자”고 했다. 이어 “(검찰이) 범죄 혐의를 입증할 수 없는데도 이미 거짓으로 드러난 ‘동화’를 갖고 나를 체포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자신이 어떤 혐의로 체포 위기에 처했는지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 매체들은 2016년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측이 포르노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에게 성관계 입막음용으로 13만달러(약 1억7000만원)를 건넸다는 의혹과 관련, 뉴욕 맨해튼 지검이 조만간 기소 결정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NYT는 잠재적 피고인에 대한 대배심 증언 제안은 대부분 기소가 임박했음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의혹의 핵심은 트럼프가 대선 직전에 그와 성관계를 가졌다고 주장한 포르노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에게 합의금을 지급하고 장부를 조작했다는 것이다. 당시 트럼프의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이 대니얼스에게 13만달러를 지불하고 불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게 했다는 것이다.

트럼프에 대한 형사 기소가 이뤄지면 미국 역사상 전직 대통령에 대한 첫 기소가 된다. 전직 대통령이 피고인으로서 최초로 법정에 서게 되는 것이다. AP통신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의 기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검찰 공식 발표 전에 선수를 쳐서 지지층 분노를 부추기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친(親) 트럼프’ 세력으로 분류되는 공화당의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은 이날 트위터 글에서 “(검찰이) 정부 예산을 선거 개입 목적의 정치적 기소에 사용하는 게 아닌지 관련 상임위원회에 조사를 지시했다”고 했다.

트럼프가 지지자 선동에 나서면서 미 정치권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는 대선에서 패한 뒤 결과에 불복, 2021년 ‘1월 6일 의사당 난동 사태’를 사주한 전력이 있다. NYT는 “트럼프의 이번 메시지는 그가 대선 패배 직후 선거 사기를 주장하며 지지자 수천명의 의회 난입을 부추겼을 때를 연상시킨다”고 전했다. 앞서 작년 12월 1·6사태를 조사해온 미국 하원 1·6 의회난입조사특위는 법무부에 내란 선동 등의 혐의로 트럼프를 기소하라고 권고했었다.

한편 트럼프와 그의 가족들이 그의 재임 시절 해외 각국에서 30만달러(약 3억9000만원) 상당의 선물 100여 점을 받은 뒤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7일 하원 감독위원회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했다. 선물 대부분은 연방정부 등이 나중에 회수했지만,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선물한 7000달러(약 917만원) 상당의 골프채 세트는 소재를 파악하지 못했다고 한다. 아베 당시 총리는 2016년 방미(訪美), 당선인 신분인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금색 ‘혼마’ 골프채를 선물해 ‘골프광’인 트럼프를 감동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2020년 선거 직전 엘살바도르 대통령으로부터 선물받은 실물 크기 초상화도 소재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초상화도 트럼프가 자택에서 개인적으로 보유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