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인 19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시 지방검찰청과 법원, 경찰과 시청이 몰려 있는 로어 맨해튼 지구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성추문 입막음’ 혐의로 검찰 기소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전날 “21일 내가 체포될 것이다. 시위하라”며 지지자들을 선동하자, 2021년 워싱턴 DC에서 벌어진 1·6 의사당 난입 같은 사태가 뉴욕에서 재현될까 우려한 당국이 비상 경계령을 발동하고 나선 것이다.
쌀쌀한 봄 날씨 속에 경찰이 평소보다 증강 배치된 모습이었다. 주로 대규모 행사나 시위 때 군중 통제를 위해 투입하는 뉴욕경찰(NYPD) 기마 부대가 곳곳에 등장해 시민들이 “무슨 일이 터졌느냐”며 웅성거리기도 했다. 관광객이 몰리는 5번가 트럼프타워 앞에선 비밀경호국 요원과 경찰들이 눈에 띄었다.
NYPD 전략대응팀과 비밀경호국, 연방수사국(FBI) 대테러팀, 검찰과 법원 등 5개 당국 수뇌부는 이날 뉴욕 모처에서 긴급회의를 갖고 소요 사태 대비 논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뉴욕포스트 등 현지 언론에 “정보 당국과 협의하며 모든 가능성에 대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아직까지는 전국에서 시위나 그에 준하는 활동을 감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든 눈은 2016년 대선 당시 포르노 배우에게 성관계 입막음 돈(hush money) 13만달러(약 1억7000만원)를 건네고 재단 장부를 조작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수사해온 맨해튼 지검에 쏠려 있다. 앨빈 브래그 지검장은 지난 주말 직원 1600명에게 이메일을 보내 “검찰을 겁박하고 뉴욕의 법치를 위협하려는 어떤 시도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공정하고 평등하게 법을 적용하고, 적절할 때 (트럼프의 피의 사실이나 기소 여부 등을) 공개적으로 말하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의 선동에 그가 속한 공화당에서도 우려가 나오고 있다.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 마저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 등 친(親)트럼프 인사들은 19일 “검찰의 정치 보복은 안 되지만, 폭력도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날도 개인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서 “브래그가 검찰 권력을 잘못 휘두르고 있다. 범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의 개인 변호사는 “우리 지지자들은 수정헌법 1조(표현·시위의 자유)를 평화롭게 행사할 것”이라고 했다.
NBC는 트럼프가 1·6 사태 때와 달리 이용자가 적은 미디어를 사용하고 있고,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가 테러·시위 관련 콘텐츠를 엄격하게 검열해 시위 조직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2년간 1·6 사태 관련자들이 무더기 사법처리돼 ‘제2 폭동’을 감행할 세력을 조직하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