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의 차기 대권 주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20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소 가능성에 대해 처음으로 공개 발언을 하고 나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18일 자신이 곧 체포될 것이라며 지지자들의 궐기를 촉구한 뒤 공화당 내에서는 일종의 ‘지지 성명’이 이어졌지만 디샌티스 주지사는 침묵을 지켜왔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트럼프 수사를 주도 중인 검사가 “정치적 쇼를 하려 한다”고 비판하면서도, 그 과정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외설적 혐의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슬쩍 언급했다. CNN은 이를 두고 “디샌티스가 트럼프의 신경을 건드렸다”고 평했다.
디샌티스는 이날 플로리다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모르겠지만 이것만은 알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곧 기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맨해튼 지검 검사는 조지 소로스의 자금 지원을 받는 검사”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6년 대선을 앞두고 자신과 성관계를 가졌다고 주장한 포르노 배우에게 입막음용으로 13만달러(약 1억7000만원)를 건넨 뒤 장부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인 앨빈 브래그 뉴욕 맨해튼 지검장을 공격하고 나선 것이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민주당 소속인 브래그 지검장은 2021년 지검장 선거 당시 헤지펀드계의 전설이자 미국 진보 진영의 거물 후원자인 조지 소로스의 간접적 후원을 받았다. 당시 소로스는 ‘컬러 오브 체인지’란 정치 후원 그룹에 100만달러를 기부했고, 이 그룹은 그중 절반 정도를 브래그 지검장을 지지하는 내용의 우편물과 문자 발송 등에 사용했다. 디샌티스는 브래그 지검장이 “자신의 지지 기반에게 미덕을 보여주기 위해 정치적 쇼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렇다고 디샌티스가 트럼프를 전적으로 옹호하고 나섰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는 “일종의 불륜 혐의를 놓고 포르노 스타를 조용하게 만들려고 입막음 비용을 지불하면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다. 그저 나는 뭐라 말할 수가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을 통해 ‘론 디샌티모니어스도 아마 더 나이가 들고 현명해진 미래의 언젠가 불법적인 공격을 받는다면 무고와 가짜 기사가 무엇인지 알게 될 것’이라는 글을 남겼다. 디샌티스를 ‘독실한 체하는 디샌티스’란 뜻으로 자신이 지어준 별명 ‘디샌티모니어스(DeSanctimonious)’로 부르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