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맨해튼 지검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조만간 기소할 것이란 예상이 확산하는 가운데, ‘전직 대통령 기소’란 미국 역사상 초유의 사태가 일어날지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그간 뉴욕 맨해튼 지검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6년 대선을 앞두고 과거 성관계를 폭로하겠다는 포르노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에게 변호사를 통해 ‘침묵의 대가’(hush money)로 13만달러(약 1억7000만원)를 건넨 뒤, 마치 법률 자문 비용인 것처럼 부정하게 회계 처리를 해왔다는 의혹을 수사해 왔다.
21일(현지 시각) 뉴욕 5번가 트럼프타워 앞과 연방지검·법원 등 관공서가 몰려 있는 로어 맨해튼 일대에서는 트럼프 지지자와 반대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사흘 전 트럼프는 자신이 운영하는 소셜미디어에 “21일 내가 체포될 것”이라고 예고하며 “항의하라”고 지지자들을 선동하는 글을 남겼다. 이 글을 본 지지·반대자들이 거리로 나서면서 ‘트럼프는 법의 심판을 받아라’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는 반(反) 트럼프 피켓과 ‘마녀 사냥은 그만’ ‘앨빈 브래그(맨해튼 지검장) 뒷배는 조지 소로스(진보 진영의 거물 기부자)’란 친(親) 트럼프 피켓이 어지러이 뒤섞였다. 이날 맨해튼 지방법원에서는 트럼프 재단의 금융 사기 사건 관련 재판이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법원을 포함한 여러곳에 폭탄을 설치했다”는 협박 전화가 119에 걸려와 청사를 폐쇄하고 수색하느라 재판이 중단됐다.
2021년 1월 6일 대선 결과에 불복하는 트럼프 지지자들의 난입 사태를 겪었던 미 연방의회 주변의 경계도 강화됐다. 1·6사태 이후 설치와 철거를 반복해 온 바리케이드가 다시 세워졌고, 추가 경비 인력이 배치됐다. CNN은 “당국자들이 트럼프 기소가 대규모 시위로 번질 경우에 대비, 사전 보안 조처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화당에서는 트럼프를 옹호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트럼프와 가까운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그것(검찰의 트럼프 기소)이 우리나라(미국)를 날려버릴 것(blow up)”이라고 말했다. 랜드 폴 상원의원은 ‘트럼프 기소는 역겨운 권력 남용이 될 것이다. 그 검사를 감옥에 넣어야 한다’는 트위터 글을 올렸다.
온라인 공간에서는 인공지능(AI)을 이용해 트럼프 체포 장면을 그려낸 가짜 체포 사진이 빠르게 확산했다. 경찰관 3명이 트럼프를 에워싸고 연행하는 듯한 사진인데, 자세히 보면 손가락 부분이 어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