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 시각) 오전 9시30분 미 워싱턴 DC 연방하원 의원회관인 레이번 빌딩 2123호 앞에 대기줄이 30m 넘게 늘어섰다. 중국의 동영상 공유 플랫폼인 틱톡의 안보 위협을 논의하기 위한 청문회장에 입장하려던 의회 관계자들과 기자들, 업계 인사들이었다. 복도 통행이 어려울 정도가 되자 추가로 투입된 의회 경찰들이 복도를 오가며 ‘한 줄로 서달라’고 고함쳤다. 취재 명단에 포함되지 못한 기자들은 “빈자리가 나면 앉게 해달라”며 의회 담당자에게 부탁했다. 민주당 한 보좌관은 “최근 들어 이렇게 관심이 집중된 청문회를 본 기억이 없다”고 했다.

23일(현지 시각) 오전 미 워싱턴 DC 연방하원 의원회관인 레이번 빌딩에서 중국 동영상 플랫폼 '틱톡'의 최고경영자(CEO) 추쇼우즈가 청문회장에 들어서 착석하자 기자들이 앞다퉈 그를 촬영하고 있다. 그는 이날 의원들의 공세에 당황한 듯 여러번 한숨을 쉬거나 고개를 숙였다. /AFP 연합뉴스

이날 청문회가 특별한 관심을 받은 건 틱톡의 최고경영자(CEO) 추쇼우즈가 미국의 ‘안보 우려’를 불식하겠다며 직접 출석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3초~1분짜리 짧은 동영상 열풍을 일으키면서 전 세계 이용자 수 15억명을 돌파한 틱톡은 몇 년 전부터 해 미국 사용자들의 정보를 수집하고, 알고리즘 조작을 해서 선전 공작을 한다는 의혹이 제기돼왔다. 청문회장 안에 들어서니 그를 촬영하기 위해 사진·방송 기자 60여명이 빼곡하게 모여 대기하고 있었다. 오전 9시57분 그가 청문회장에 들어서자 일제히 카메라 셔터 소리가 울렸다. 이를 본 미국 기자가 “포위된 적장 같다”고 했다.

이날 청문회에서 공화당과 민주당간 이견(異見)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캐시 맥모리스 로저스 에너지통상위원장(공화당)은 이날 “틱톡은 미국인들의 삶에 있어서 중대한 위협”이라며 “당신네들 플랫폼은 금지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중국 당국을 비판하는) 게시물 유통을 막거나 한 적이 없다”고 해명하는 추CEO에게 “의회에서 거짓말을 하는 것은 ‘연방 범죄’”라고 쏘아붙였다. 민주당 간사인 프랭크 펄론 의원도 “(맥모리스 위원장의) 말에 대부분 동의한다”며 중국 공산당의 틱톡은 자료 수집을 계속하고 있으며, 이를 판매하는 일도 지속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의원들의 공세가 강해질때마다 당혹스러운 듯 한숨을 쉬거나 고개를 숙였다.

이날 청문회에선 틱톡에 가입한 고객들의 일부 정보에 대해 여전히 중국이 접근 가능하다는 사실이 나타났다. 추 CEO는 ‘바이트댄스 직원이 현재 미국 데이터에 액세스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프로젝트 텍사스’가 완료되면 대답은 ‘아니오(할 수 없다)’다”라고 했다. 틱톡은 미 정치권의 정보 접근 및 유출 논란에 대응해 틱톡이 미국 사용자의 모든 정보를 중국에서 미 텍사스에 있는 오라클 소유 서버로 이전하는 작업을 진행 중인데, 이 작업을 ‘프로젝트 텍사스’라고 명명했다. 여전히 중국에서 미국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그는 “현재 기준으로 삭제해야 할 일부 자료가 남아 있다”며 “(향후) 모든 미국 사용자의 자료는 중국 법의 영향력 밖으로 옮겨질 것”이라고 했다.

틱톡의 최고경영자(CEO) 추쇼우즈가 23일(현지 시각) 미 하원 청문회 참석에 앞서 기자들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추 CEO는 이날 “(틱톡의 모회사인 중국의) 바이트댄스는 중국 혹은 다른 어떤 나라의 기관원이 아니다” “우리는 중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콘텐츠를 홍보하거나 삭제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그러나 의원들은 잇따라 “당신의 말을 그대로 믿기 힘들다”라고 했다. 작년 말 미 의회는 연방 공공기관 종사자의 전자기기에서 틱톡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지난 1일 미 하원외교위는 민간 전자기기에서 틱톡 이용을 금지할 권한을 행정부에 부여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날 상당수 의원들은 “미국에서 틱톡을 아예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틱톡 청문회’를 포함해 미 연방의회 상·하원은 중국 문제를 주제로 5개의 청문회를 진행한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하원 외교위 청문회에서 틱톡을 ‘국가안보 위협’으로 규정하고 “어떤 식으로든 (위협을) 끝내야 한다”고 했다.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오전 상원 청문회에서 “(경제 분야에서) 중국과의 경쟁은 공정해야 한다. 미국 노동자, 농부, 생산자 및 기업은 국가(중국) 주도의 불공정한 산업 계획, 노동권 억압, 취약한 환경 체제 등으로 인한 왜곡된 상황에서 벗어나 중국과 경쟁할 수 있어야 한다”며 “그러나 중국은 자신들의 이익에 맞는 무역 의무만 준수할 것이라는 것이 분명해졌다”라고 했다.

미 하원 금융위원회는 이날 ‘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 오남용 문제를 주제로 청문회를 열고 “중국은 지금까지 세계 유통에서 펜타닐의 주요 공급원이었으며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며 “왜 법무부는 중국이 우리에게 자행하고 있는 역(逆)아편 전쟁을 막지 않는 것이냐”고 성토했다. 시청률이 가장 높은 ‘프라임 시간대’인 이날 저녁 7시엔 미 하원 중국 특위가 ‘중국 공산당의 계속되는 위구르족 집단 학살’을 주제로 청문회를 개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