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널리 쓰이는 대표적인 ADHD 치료제인 애더럴. 한국 수험생과 학부모 사이에 '집중 잘되고 공부 잘하는 약'으로 알려져 밀반입 되기도 했다. 미국에서 폭등하는 수요에 생산이 따라가지 못해 지난해 10월부터 반년째 품귀 사태를 빚고 있다. /블룸버그

미국에서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를 겪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최근 치료약 품귀로 약을 제대로 복용하지 못해 전국의 가정과 교실에서 후폭풍이 일고 있다. ADHD는 성장기에 많이 나타나는 장애로, 주의력이 부족해 산만하고 과다한 활동과 충동성을 보이는 상태를 말한다. 학업 능력 저하나 대인 관계 악화, 각종 안전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미 식품의약국(FDA)과 의학계에 따르면 미국 내 3~17세 중 10%에 해당하는 600만명 정도가 ADHD를 앓고 있다. 이 중 60%는 처방된 약물을 정기적으로 복용해야 일상생활을 문제없이 할 수 있다. 가장 널리 쓰이는 약은 애더럴(Adderall)인데, 각성 효과가 있어 ‘공부 잘하는 약’으로 알려져 한국에 밀반입되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해 가을부터 미 시중에서 애더럴과 복제약의 품귀 현상이 시작됐다. 10월에는 FDA가 ADHD 약 부족 사태를 공식 선언했다.

CBS에 따르면 요즘 미 각지에서 자녀가 먹을 애더럴 등을 구하기 위해 부모들이 매일 약국 수십군데에 전화를 돌리고, 수십㎞씩 운전해 약을 타러 가는 경우가 속출한다고 한다. 대부분 약국에선 “6월이나 돼야 약이 들어온다”고 하고 있다.

이 같은 품귀 사태는 코로나 팬데믹 영향이 크다. 이스라엘에 본사를 둔 제약사 테바(Teva)에서 2020년 이후 원자재 공급망 교란과 인력 부족으로 애더럴 생산이 줄었는데, 팬데믹 봉쇄로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고립과 불안이 심화하면서 ADHD 진단은 오히려 매년 20%씩 폭증했다. 원격진료의 확산으로 정신과 질환 진단과 처방이 예전보다 늘어난 것도 이유가 됐다.

약물 복용 중단으로 행동 조절이 잘 안 되는 학생들이 급증하면서 초·중·고교 교실은 아수라장이라고 한다. 월스트리트저널과 뉴욕타임스는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집중하지 못해 계속 돌아다니거나 떠들고, 선생님과 친구를 때리며, 오물을 던지고 기물을 파손하는 사례가 각 교육청에 매일 보고되고 있다고 전했다. 7세 쌍둥이 딸이 모두 ADHD를 앓는 한 부모는 “삶이 지옥이 됐다”고 했다. 부모들 사이에 ‘카페인이 과잉행동 진정에 일부 효과가 있다’는 말이 퍼지면서 어린이들에게 커피를 먹이기도 한다. 대학에서도 ADHD 학생들을 중심으로 낙제나 자퇴 비율이 급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