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24년 공화당 대선 경선을 앞두고 당내 최대 경쟁자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에 대한 인신공격성 별명을 쏟아내고 있다. 정적에 모욕적인 별명을 붙이는 것은 트럼프의 전매특허 같은 전략으로, 조 바이든 대통령이 11개로 가장 많은 별명을 보유하고 있다. 그 뒤를 잇는 이가 7개의 디샌티스다. 트럼프가 경쟁자인 디샌티스를 두고 얼마나 초조해하는지를 보여준다는 말이 나온다.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트럼프는 지난해 11월 중간선거 직후부터 각종 행사에서 디샌티스 주지사를 ‘미트볼 론 (Meatball Ron)’이라고 칭하며 그의 동글한 외모와 이탈리아계 혈통을 비하하기 시작했다. 이어 ‘경건한 척 론(Ron DeSantimonious)’이라며 그가 정제된 메시지만 내는 것을 위선이라고 공격했다. 또 자신보다 키가 작다며 ‘꼬맹이 D(Tiny D)’라고도 불렀다.
팬데믹 초기엔 플로리다가 경제 봉쇄를 했다가 가장 먼저 풀었음에도, 보수 유권자들의 감정을 자극하기 위해 ‘셧다운 론(Shutdown Ron)’ ‘부정직한 론(Ron DisHonest)’이라고 했다. 또 기성 엘리트 정치에 반감을 가진 지지층을 의식해 디샌티스를 ‘지배계층 론(Ron DeEstablishment),’ 진보 진영의 최대 돈줄인 금융인 조지 소로스와 연계돼있다는 의혹을 씌워 두 이름을 합성한 ‘드소로스(DeSoros)’라고도 하고 있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이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나름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당내 싸움보다는 민주당과의 경쟁에 집중하겠다” “플로리다가 이룬 성취에 대한 인정이라고 본다”며 슬쩍 피해갔다.
트럼프는 또 다른 경선 경쟁자에게도 별명을 붙이며 견제하고 있다.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에겐 ‘펄쩍 마이크(Mike Pounce)’라며 촌스럽다는 이미지를 씌웠고,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에겐 ‘니키 누구?(Nikkie Who)’라며 낮은 인지도를 조롱했다.
최근 플로리다주의 성공 신화를 소개한 책을 내고 ‘북 투어’ 중인 디샌티스는 오는 5월 대선 출마 선언을 할 전망이다. 내달엔 이스라엘을 방문, 유대계 표심에도 호소할 예정이다. 최근 초반 경선지인 아이오와의 양자 대결 여론조사에선 지지율이 45%로 나와 37%를 얻은 트럼프를 앞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