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전용기를 타고 텍사스주 웨이코로 유세를 떠나기 위해 플로리다주 웨스트 팜비치 공항에 도착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AP 연합뉴스

뉴욕 맨해튼 대배심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기소하기로 한 사실이 알려진 30일(현지 시각), 트럼프 전 대통령은 즉각 “정치적 박해이자 선거 개입”이란 성명을 발표했다. 트럼프는 작년 11월 이미 2024년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 성명에서 트럼프는 “민주당은 ‘트럼프를 잡아라’고 집착하면서 거짓말을 하고 속이고 (2020년 대선을) 훔쳤지만 이제는 노골적인 선거 개입 행위의 일환으로 완전히 무고한 사람을 기소하는 생각할 수조차 없는 일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것은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에서 벌어진 정치적 박해이자 선거 개입”이라며 “내가 트럼프 타워의 황금 엘레베이터에서 내려왔을 때부터, 내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을 하기 전부터, 힘들게 일하는 이 나라 사람들의 적인 극좌 민주당원들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운동을 파괴하기 위한 마녀 사냥을 벌여왔다”고 했다. 자신이 2016년 대선을 앞두고 전직 포르노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의 성관계 폭로를 막기 위해 ‘입막음비’를 주고 마치 합법적 법률 자문을 받고 지불한 비용인양 회계 장부를 조작했다는 혐의가 사실이 아니란 취지다.

트럼프의 기소 사실이 알려지자 공화당은 들끓고 있다. 공화당 소속인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은 이번 수사를 주도한 앨빈 브래그 맨해튼 지검장과 “그의 전례 없는 권력 남용”에 대해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매카시 의장은 브래그 지검장이 “대통령 선거에 개입하기 위한 시도를 통해 우리나라(미국)에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30일(현지 시각) 출판기념회를 위해 조지아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2024년 대선 공화당 경선에서 트럼프의 최대 맞수가 될 것으로 여겨지고 있는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도 뉴욕 맨해튼 지검을 비판하고 나섰다. 특히 그는 “이 사안의 의심스러운 상황을 고려”해서 현재 플로리다주에 거주 중인 트럼프를 뉴욕주로 범죄인 인도해 달라는 요청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플로리다 주법에 따르면 혐의를 두고 다툼이 있을 경우 주지사가 범죄인 인도 절차에 개입할 수 있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정치적 의제를 진전시키기 위해 사법 체계를 무기화하는 것은 법치를 거스르는 일이다. 비미국적(un-America)”이라고 했다. 또 “소로스(진보 진영의 큰 손 기부자인 조지 소로스)의 지원을 받는 맨해튼 지검장은 중범죄를 경미하게 다루고 형사상의 위법 행위를 용서해 주기 위해 법을 줄곧 왜곡해 왔다. 그런데 지금은 정적을 겨냥하기 위해 법을 확대해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표적 친트럼프 의원인 공화당의 마저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은 “우리 쪽이 ‘그 여자(힐러리 클린턴 전 민주당 대선후보)를 잡아넣어라’고 소리만 치는 동안 저들은 마녀사냥에 근거한 머그샷(체포시 촬영하는 얼굴사진)을 얻게 됐다. 그걸 바꿀 때다. 싸울 준비는 됐다(gloves are off)”라고 트위터에 적었다.

한편 민주당에서는 트럼프의 기소 사실을 환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트럼프의 첫 탄핵 과정을 주도했던 애덤 시프 민주당 하원의원은 “전직 대통령의 기소는 전례 없는 일이다. 하지만 트럼프가 해온 불법적 행위들도 그렇다(전례가 없다)”고 했다. 맥신 월터스 민주당 하원의원은 트위터에 “트럼프가 마침내 기소됐다! 나는 그가 기소될 것이라고 예상했고 스토미 대니얼스가 그를 잡을 거라고 예상했다! 때로는 정의가 통한다!”고 썼다.

백악관은 이날 트럼프의 기소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노 코멘트”라고 밝혔다. 공화당에서 이번 기소가 “대선 개입”이라고 주장하는 상황을 의식해 검찰의 기소 결정과 백악관은 관련이 없음을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020년 11월 NBC 방송은 조 바이든 당시 대통령 당선인이 미국의 통합과 자신의 충실한 대통령직 수행에 전임자에 대한 수사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트럼프에 대한 수사를 원치 않는다고 보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