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5일(현지 시각) 텍사스주 웨이코에서 열린 2024년 대통령선거 첫 유세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에 대한 검찰 수사를 '스탈린식'이라고 비난하며 지지를 호소했다./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기소를 30일(현지 시각) 결정한 주체는 뉴욕 맨해튼 대배심이었다. 대배심은 한국에는 없는 제도다. 영미법 국가에서 검찰의 기소재량권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했다. 미국의 경우 주(州)별로 어떤 사건에 대해 대배심을 적용할지는 다르지만 통상 연방법을 위반했거나 중범죄를 저지른 경우에 대해서는 반드시 대배심을 통해 기소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뉴욕 등 25개 주가 중범죄의 경우 반드시 대배심을 거치도록 하고 있으며, 나머지 25개 주도 대배심을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제도의 이름이 대(大)배심(Grand jury)인 이유는 배심원단의 수 때문이다. 재판에서 유무죄를 판단하는, 일반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배심제는 엄밀히 구분하면 소(小)배심(Petit jury)이다. 12명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은 재판 과정에 참여해 만장일치 결정을 내려 유무죄를 정한다. 반면 대배심은 유무죄가 아닌 기소 여부를 결정하며 연방 법원의 경우 23명으로 구성된다. 이 숫자는 주에 따라 다르지만 뉴욕주는 16~23명이 배심원단이 된다. 이 중 12명 이상의 기소 결정을 얻어내야 검찰이 기소를 할 수 있다.

소배심이 공개적으로 재판을 진행하는 것과 달리 대배심은 배심원단의 신분은 물론이고 심사 과정도 모두 비공개로 진행한다. 또한 소배심이 피고인과 증인 등의 증언을 모두 듣고 유무죄 여부를 가린다면 대배심은 검찰이 내놓은 증거만 보고 결정을 내린다. 검찰은 직접 조사하지 않고 전해들은 증거를 제공할 수 있고 근거가 충분하지 않은 자료를 제출할 수도 있다.

대배심의 배심원단이 소배심보다 자유도가 높다는 것도 특징이다. 소배심 배심원단은 증인이나 판사, 검사, 변호사, 친구, 가족 등 어떤 사람과도 사건과 관련한 대화를 나눌 수 없다. 사건에 관한 선입견을 가지지 못하도록 막아놓은 것이다. 사건 현장을 방문하는 것도 제한된다. 반면 대배심은 이런 제약사항에서 자유롭다.

다만 이런 대배심제 역시 검찰의 기소재량권을 완전히 막아주지는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검찰의 기소재량권을 견제하는 이유에는 검사가 무리하게 기소하는 것뿐만 아니라 고의로 기소를 하지 않는 것도 막겠다는 취지도 있는데, 검사가 증거자료를 일부러 부실하게 제출할 경우 배심원단이 불기소 결정을 내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배심원단의 법률적 비전문성은 배심제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