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에 위치한 미 국방부 청사 펜타곤 / 로이터

미국 정부의 도청 문서 유출자로 게이머들이 많이 모이는 온라인 채팅방에서 방장 역할을 맡은 한 20대 남성이 지목됐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12일(현지 시각) 이 남성에 대해 “20대 초중반 총기 애호가로, 자신이 기밀을 다루는 군사 기지의 보안 시설에서 일한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WP가 채팅방 회원 2명을 인터뷰한 내용에 따르면, 이 남성은 게이머들의 인터넷 채팅방 ‘디스코드(Discord)’에서 ‘서그 셰이커 센트럴(Thug Shaker Central)’이란 이름의 전술 게임 소모임을 운영했다. 2020년에 만든 이 모임은 초대를 받아야 들어갈 수 있고, 20여 회원 가운데 대부분은 10대 청소년이었다.

그는 방장 역할을 하면서 ‘OG(오지)’라고 불렸다. 채팅방에서 그는 주로 총과 군사 장비, 전술, 신(神) 등에 대한 얘기들을 회원들과 나눴다. OG는 작년부터 “미국 정부가 일반인에게 숨기고 있는 비밀을 알고 있다”며 약어와 전문 용어가 포함된 메시지 수백건을 배포하기 시작했다. 문서를 사진으로 찍어서 올리기도 했다.

OG는 자신이 “하루 중 일부를 정부 컴퓨터 네트워크에 보관된 비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보안 시설에서 보낸다”며 휴대폰과 전자 장비 반입은 불가능한 장소라고 설명했다. OG가 사격장에서 대형 라이플을 쏘고 인종차별적인 욕설을 내뱉는 동영상도 확인됐다고 WP는 보도했다.

유포된 자료엔 북한 탄도미사일의 미 본토 타격 관련 예상 궤적 도표도 있었다고 한다. 한 회원은 WP에 “OG가 올린 자료에는 정치 지도자들의 위치와 동선, 군의 전술 변화 내용 등이 있었다”고 말했다. 채팅방 참여자들은 “그는 매우 카리스마 넘치고 매력적으로 보였다”며 “자신이 올린 메시지를 읽지 않으면 화를 내는 ‘엄격한 리더’였다”고 했다. 미 정부는 이 보도에 대한 즉각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한편 아일랜드를 방문 중인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13일(현지 시각) 문서 유출 사건과 관련, 취재진에게 “유출 문서에 대해 정보 당국과 법무부가 전면적인 조사를 하고 있다. 그들은 점점 (실체에) 가깝게 접근하고 있지만, 나에게는 답이 없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런 일이 발생한 데 대해서는 우려하지만, 유출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며 “내가 알기로는 거기에는 현재 상황이 담겨 있지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