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 정보 당국 기밀 문건 일부를 유통해 사태를 증폭시킨 친(親)러시아 성향 텔레그램 계정의 관리자 가운데 한 명으로 미 해군 예비역 부사관 세라 빌스(37)가 지목됐다. 특히 그는 군 복무 시절 정보 보안 허가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미군 보안 체계의 허점이 노출됐다는 말이 나온다.
16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빌스는 워싱턴주 오크하버 자택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자신이 ‘돈바스 데부슈카(Donbass Devushka)’라는 이름의 친러 성향 텔레그램 계정을 관리하는 역할을 했다고 인정했다. 다만 “(나는) 전 세계 관리자 15명 가운데 1명”이며 실제 기밀 문건을 게시·유포한 사람은 따로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태 초기 이 텔레그램 계정을 통해 기밀 문서 최소 4건이 6만5000명의 팔로어에게 유포되면서 파문이 커졌다.
이 텔레그램 계정은 그간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하고, 러시아의 논리를 대변해왔다. ‘돈바스’는 현재 우크라이나 동부의 격전지이며, ‘데부슈카’는 러시아어로 ‘아가씨’를 뜻한다. 텔레그램을 통해 일종의 ‘기금’을 모으고, 팟캐스트도 진행했다.
빌스는 미 해군 휘드비 아일랜드 비행장에서 항공 병과 전자전 담당 병장(E-5)으로 근무하다가 작년 11월 전역했다. 모병제인 미군은 한국군과 달리 병장도 부사관으로 분류한다. 현역 시절 기밀 취급 인가를 갖고 있었다고 한다. 정보 문건들을 최초 유출해 간첩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매사추세츠주(州) 주방위 공군 소속 잭 테세이라(21) 일병과 닮은꼴이다. 하지만 빌스는 “기밀 문건의 무게를 분명히 안다. 문건들을 유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빌스는 지난 2020년 말 중사로 승진했다가 전역을 앞두고 두 계급이나 강등됐는데,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고 WSJ는 보도했다. 그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때문에 의병(依病) 전역했다”고 했다.
빌스가 근무했던 비행장은 EA-18G 그라울러 등 항공모함용 전자전 전투기를 운용하는 부대다. 전자전 전투기는 전쟁 초기 적의 방공망과 지휘통신망을 무력화해 공습에 무방비로 노출되게 하는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