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뉴스1

“북한이 핵을 포기하거나 심지어 동결할 수도 있다는 희망은 트럼프 전임 대통령이 2018년과 2019년 북한 김정은과의 회담이 실패하면서 깨졌다.”

베스트셀러 저자이자 군사 역사학자인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 맥스 부트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24일(현지 시각) WP에 기고한 ‘한국이 핵무장을 한다면? 그것은 워싱턴이 아니라 서울이 해야 할 결정’이란 제목의 글에서 “북한은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ICBM(대륙간탄도미사일)부터 남한을 불길에 휩싸이게(saturate) 만들 수 있는 전술핵까지 다양한 능력을 앞세워 질주해왔다”고 했다. 그는 미국이 다른 국가들의 핵무장에 대해 문제 삼지 않으면서, 북핵 대응 목적으로 한국이 핵무장을 검토하는 것만 문제 삼아서는 안된다는 취지로 글을 썼다.

그는 “한국의 (핵무장을 포함한) 핵 억지력에 대한 대중의 지지는 바이든 행정부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북한 핵 프로그램의 급속한 확장을 감안할 때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며 “미래에 한국이 핵무장을 하기로 결정한다면 그것은 미국의 입장에서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돼선 안 된다. 미국은 이란이나 북한 등 불량 국가의 핵무기 획득에는 반대하면서 오랫동안 프랑스, 영국, 이스라엘, 파키스탄, 인도 등 우방국의 핵무기 보유는 용인했다”고 했다.

부트는 “핵무기 클럽에 한국이 들어간다고 해도 이것이 바뀌지는 않는다”라며 “궁극적으로 그것(핵무기 보유)은 한국의 결정이며, 우리는 강력한 압력을 가하는 것을 자제하고 동맹이 어떤 결정을 내리든 존중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한국의 핵무장을 반대하는) 미국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방위비 분담금을 극적으로 증액하지 않으면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겠다고 한 점이 있다는 점에서 미국의 안전보장 공약에 많은 한국 국민이 안심하지 못하는 이유도 쉽게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만약 2024년에 트럼프나 혹은 트럼프의 아류(mini-me)가 대통령이 된다면 한국 국민은 ‘미국 우선주의’ 대통령이 멀리 있는 동맹을 위해 핵전쟁을 감수할 것이라고 믿을 수 있겠느냐”고도 했다.

부트는 “우리는 핵 위협이 증가하고 미국의 군사적 우위는 약화하며 미국의 국제사회에서 리더십 역할을 수행하는 것에 대한 미국 내 지지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핵무기) 확산 반대 방침이 여전히 유효한지 면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핵무기확산금지조약(NPT)은 예외적 사건이 국가의 최고 이익을 위태롭게 할 경우 탈퇴할 수 있도록 한다”며 “한국은 NPT에서 탈퇴할 권리가 있다”고 했다.

그간 한국의 핵무장에 찬성 의견을 내놨던 제니퍼 린드 다트머스대 교수도 지난 19일 포린어페어스 기고문에서 “북한의 (핵) 능력이 발전함에 따라 서울은 워싱턴으로부터의 안심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며 “북한의 미사일은 곧 미국 전역에 도달할 수 있게 될 것이며, 미국 정책 입안자들은 동맹국을 위해 얼마나 많은 것을 걸고 싶은지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린드 교수는 “그 결과, 한국에 대한 미국의 핵 공약은 위기 상황에서 지켜질 가능성이 희박한 약속에 기반을 두게 됐다”며 “단순한 (핵우산) 안심만으로는 더 이상 한국이 안심할 수 없으며, 미국과 한국은 한반도 핵 억지 전략을 업데이트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이 옵션(한국의 핵무장)이 NPT에 따라 합법적이라는 것”이라며 “자국 이익을 중대한 위기에 빠뜨리는 아주 예외적 사건이 발생한다면 NPT를 탈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북한의 위협은 한국이 NPT에서 합법적으로 탈퇴할 수 있는 요건을 쉽게 충족시킨다”며 “한국이 3개월 전에 통보만 한다면, 프랑스와 영국을 본받아 핵 공격 억제를 위한 적당한 수준의 무기고 건설에 대한 법적 자유를 획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