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LA의 한 고교에서 최근 학생들이 강당에 모여 '대입 낙방 파티'를 열고, 지원했던 대학들로부터 밭은 불합격 통지서를 차례로 종이파쇄기에 넣는 의식을 치르고 있다. /CBS 화면 캡처

미국의 고등학교 졸업 예정자들에게 대학 입시 지원 결과가 속속 날아드는 요즘, 불합격 사실을 공개하고 서로 격려하는 ‘낙방 파티(rejection party)’가 유행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와 CBS 등이 보도했다.

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대학들이 보낸 불합격 통지 이메일을 출력해 낭독한 뒤 종이 파쇄기에 넣거나 찢어 던지고, 케이크나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웃고 떠든다고 한다. 로스엔젤레스(LA)의 한 고교는 교내에 ‘낙방의 벽’을 만들어 학생들이 “네가 너무 똑똑해서 떨어진 거야-뉴욕대로부터” “넌 바사르대(명문 인문대) 가기엔 너무 섹시해” 같은 메모를 붙이게 했다. 이 학교에서 가장 많은 17개 대학의 불합격 통지를 받은 학생은 도서 상품권을 선물받기도 했다.

“좌절과 실패도 인생의 일부이며,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 없다”는 정서가 10대들에게도 급속히 퍼져 이런 파티가 유행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요즘 미국 사회에 팽배한 ‘진정한 자기 자신이 돼라’ ‘약점도 공개해야 승자’라는 자기 긍정 문화의 일환이다. 교사와 부모들도 어린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 맞닥뜨릴 거부에 익숙해지고 당당해져야 한다며 이를 격려한다고 한다. 이 NYT 기사에 대한 중년 독자들의 반응도 뜨겁다. “나도 30년전 하버드 의대 떨어졌지만 응급실 의사 됐다!” “우리 땐 상상 못했는데 좋은 문화 같다” 같은 온라인 댓글이 쏟아졌다.

미 학생당 평균 10여곳 이상의 대학에 지원하고 있어, 어느 한 곳의 낙방이 부끄럽지 않은 일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 주요대학들은 2~3년 전부터 SAT(미 대학수학능력시험) 등 계량화된 시험 성적을 입학 전형에 거의 반영하지 않고 있다. 그만큼 문턱이 낮아진 명문대를 중심으로 입학신청 건수가 연 20~30%씩 늘어 ‘대입 지원 인플레’라는 말까지 생겼다. 하버드대의 경우 올해 전체 지원자 대비 최종 합격률이 3.4%로 개교 이래 387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