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옳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현지 시각) 워싱턴DC 미 연방하원 본회의장에서 연설을 통해 “피와 땀으로 지켜온 소중한 민주주의와 법의 지배 시스템이 거짓 위장 세력에 의해 무너지지 않도록 우리 모두 힘을 합쳐 용감하게 싸워야 한다”고 하자 상·하원 의원들이 함성을 지르며 기립 박수를 보냈다. 미국의 민주·공화 의원들은 한·미 동맹 7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한 윤 대통령의 연설을 듣기 위해 워싱턴 DC로 모여 들었다. 본회의장 2층 기자석에서 봤을 때 500여석에 달하는 상·하원 의원 좌석에 거의 빈자리가 없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5분 본회의장에 들어오자 의원들이 기립 박수를 쳤다. 윤 대통령의 이날 연설은 영어로 이뤄졌다. 한국 대통령의 상·하원 합동연설은 2013년 박근혜 전 대통령 이후 10년 만이다.
에이브러햄 링컨의 게티스버그 연설을 인용해 연설을 시작한 윤 대통령이 “세계 도처에서 허위 선동과 거짓 정보가 진실과 여론을 왜곡하여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 “허위 선동과 거짓 정보로 대표되는 반지성주의는 민주주의를 위협할 뿐 아니라 법의 지배마저 흔들고 있다”고 하자 의원들이 ‘옳다’며 함성을 질렀다.
윤 대통령은 이날 6·25 전쟁을 언급하며 “‘전혀 알지 못하는 나라의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국민’을 지키기 위해 미군이 치른 희생은 매우 컸다”며 “대한민국 국민을 대표해 깊은 감사와 무한한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이어 직접 이 자리에 참석한 6·25 전쟁 영웅 고(故) 윌리엄 웨버 미국 예비역 육군 대령의 손녀를 소개하자, 자리에 앉아있던 상·하원 의원들이 일어나 박수를 쳤다. 함께 박수를 치는 김건희 여사의 모습도 포착됐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자유를 지켜낸 미국의 위대한 영웅들을 영원히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이 발언이 나오자 자리에 앉아있던 상·하원 의원들은 또다시 기립박수를 쳤고, 윤 대통령은 손을 들어 “땡큐”라고 화답했다.
윤 대통령이 텍사스주(州), 조지아주 등에 삼성, 현대, SK 등 한국 기업들이 투자하고 있는 것을 언급하자 지역구에 있는 의원들이 번갈아가며 기립해 박수를 치고 주변 의원들이 축하를 하는 장면도 연출됐다. 윤 대통령이 “텍사스주 오스틴에 있는 삼성의 반도체 공장은 2020년에 1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었다”고 하자, 텍사스주 마이클 매콜(공화당) 의원이 일어나 환호성을 지르며 박수를 쳤다. 매콜 의원은 현재 미국의 외교 정책을 감독하는 하원 외교위원장을 맡고 있다.
윤 대통령이 이어 “조지아주의 브라이언 카운티에 현대차의 전기차와 배터리 공장이 2024년부터 가동된다”며 “매년 30만대의 전기차가 이 곳에서 생산될 것”이라고 하자, 이번엔 존 오소프 조지아주 상원의원이 일어나 박수를 쳤다. 미 연방상원의 최연소 의원인 오소프 의원은 ‘친한파’로 분류된다. 그는 연설 전 본지 인터뷰에서 “한·미 동맹의 지속적 강화를 위한 윤 대통령의 비전을 듣기를 고대하고 있다. (2021년)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두 번째 국빈 방미 초청장을 윤 대통령이 받았다는 점은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보여준다”고 했었다.
윤 대통령이 이날 “인류의 자유를 위해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와 힘을 모아 해야 할 일을 하겠다”고 하자 의원들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함성을 질렀다. 윤 대통령은 약 44분 동안의 연설 중 ‘자유’라는 단어를 46회 언급했다. 미국 32회, 대한민국 27회보다 더 많았다.
이날 미국 의원들은 윤 대통령의 연설 중에 기립박수 26번을 포함해 모두 60여번의 박수를 치며 화답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해서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력공격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하자 의원들의 호응이 이어졌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공은 자유민주주의 위협인 만큼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이 연대해야 한다는 의견에 의원들은 다시 일어나 박수를 쳤다.
이날 연설 이후 한국계 영 김 의원(하원 외교위 인도태평양 소위원장)은 특파원 화상 간담회에서 “윤 대통령 연설을 들은 뒤 동료 의원들이 ‘미국 의회에 와서 연설을 한 대통령 중에 가장 전달도 잘했고, 메시지도 명확하다’고 했다”며 “미 의원들이 ‘윤 대통령이 정말 비전이 있었다’라고 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