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가 저보다 백악관을 먼저 왔지만, 의회는 제가 먼저 왔습니다(BTS beat me to the White House, but I beat them to Capitol Hill).”

윤석열 대통령이 28일(현지 시각) 미국 상·하원 합동회의 영어 연설에서 이같이 말하자 미 상·하원 의원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윤 대통령의 이 발언은 사전 배포된 연설문에는 없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제 이름은 모르셨어도 BTS와 블랙핑크는 알고 계셨을 것”이라고도 했다. ABC, 워싱턴포스트, CPSAN 등은 이 발언을 강조하면서 윤 대통령이 영어로 양국의 문화 교류를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7일(현지 시각)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미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44분간 윤 대통령은 영어로 연설을 진행했고, 기립박수 26번을 포함해 60여번의 박수가 나왔다.

윤 대통령은 이날 “문화 콘텐츠는 양국 국민이 국적과 언어의 차이를 넘어 더욱 깊은 이해와 우정을 쌓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며 미국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한국 영화 ‘미나리’와 ‘기생충’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면서 “탑건·어벤저스와 같은 수많은 할리우드 영화가 한국에서 사랑을 받았다. 저 또한 탑건 매버릭과 미션 임파서블을 굉장히 좋아한다”고 했다. 미 의원들은 이에 환호했는데, 미션 임파서블 언급도 당초 원고에는 없었던 내용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의 노동자로 진출하기 시작한 한인들은 그동안 미국 사회 각계에 진출해 한미 우호 협력을 증진하고, 동맹의 역사를 만들어가는 데 큰 역할을 했다”며 한국계 미국 의원들을 거명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현지 시각) 워싱턴DC 미 국회의사당에서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을 마친 뒤 의원들에게 사인해주고 있다. /뉴시스

영 김·앤디 김·메릴린 스트릭랜드(한국명 순자)·미셸 박 스틸 의원을 향해 “세대를 이어온 한미 동맹의 증인”이라고 하자, 의원들은 환호성을 치며 기립 박수를 보냈다. 연설이 끝난 뒤에도 윤 대통령은 의원들과 악수하며 한동안 본회의장에 머물렀다. 연설문에 사인을 해주거나 의원들과 함께 ‘셀카’를 찍느라 장내를 10여분 넘게 떠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