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8년만에 ‘앙숙’ 관계였던 미 CNN 생방송 행사에 출연한다. 트럼프는 임기 내내 CNN을 ‘가짜 뉴스’ ‘허위 언론’이라고 불렀고, CNN도 임기 내내 그를 맹폭하면서 갈등을 빚어왔다. 미 외신들은 “내년 대선을 앞둔 트럼프가 지지율 확장을 위해 홍보 전략을 수정하고 있고, 최근 들어 지지율이 급락한 CNN도 트럼프 출연을 원하면서 이번 행사가 성사된 것”라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NYT) 등은 2일(현지 시각)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는 10일 미국 뉴햄프셔주(州)에서 열리는 ‘CNN 타운홀’ 행사에 참석한다고 보도했다. 그가 CNN에 출연하는 것은 2016년 대선 당시 이후 처음이다. CNN 타운홀은 대선후보를 초대해 정책과 자질을 검증하는 생방송 행사로, 진행자와 청중들이 후보에게 질문한 뒤 후보가 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NYT는 “그는 2020년엔 CBS 방송 인터뷰 도중 세트장을 박차고 나올 정도로 수년간 주류 언론사들을 공격해왔다”며 “내년 대선을 앞두고 언론사들과의 관계를 재건해 더 많은 (대중들의) 관심을 받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와 노골적으로 대립각을 세워왔던 CNN이 그를 초대한 것도 트럼프 임기가 끝나자 시청률이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에 따르면 지난 3월 CNN 시청률은 작년과 비교해 61% 하락했다. 미 의회 매체 더힐은 “CNN 행사는 (트럼프 출연으로) 높은 시청률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진보 진영 일각에선 “CNN이 트럼프가 ‘선거 사기’ 등 가짜 뉴스를 퍼뜨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언론 감시단체 ‘미디어 매터스 포 아메리카’ 안제로 카루소네 대표는 “시청률을 높이기 위한 CNN의 이런 노골적인 시도가 불쾌하다”고 했다. 논란이 커지자 CNN은 성명을 내고 “타운홀 행사는 대선을 앞두고 주요 후보를 초청하고 검증하는 CNN의 오랜 전통”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