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코로나 방역을 이유로 국경 지역에서 불법 입국자를 즉각 추방하도록 했던 ‘42호 행정명령(Title 42)’의 종료를 앞두고, 조 바이든 행정부가 남부 국경에 군 병력 1500명을 배치하기로 했다. 재선 도전을 공식 발표한 바이든 대통령이 ‘이민 정책에 유독 유화적’이라는 중도·보수층의 불만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조치란 분석이다. 진보 진영 일각에선 “국경에 군까지 배치하는 극단 조치는 트럼프 때와 다를 것이 없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패트릭 라이더 국방부 대변인은 2일(현지 시각) 브리핑에서 “(42호 행정명령 종료 전날인) 이달 10일쯤 1500명의 군인을 남부 국경에 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국토안보부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무장 군인들은 90일간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의 업무를 지원하게 된다. 남부 국경에는 이미 2500명의 주 방위군이 있는데, 추가로 병력을 배치하는 것이다. 다만 라이더 대변인은 “군인들이 (불법 입국자 체포 등) 법 집행 활동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들은 모니터링, 데이터 입력 등 (행정적인)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했다.
멕시코 국경을 통해 미국으로 불법 입국하는 문제는 고질적이다. 전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시행했던 42호 행정명령의 폐지 움직임과 함께 불법 입국 시도가 최근 더욱 증가하고 있다. 오는 11일 행정명령 42호가 폐지된 이후 망명을 신청하면,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미국 체류를 허용하게 된다. 이를 앞두고 중남미인들이 “일단 국경만 넘으면 미국 체류 가능성이 높다”며 남부 국경에 몰리고 있는 것이다. CBS방송은 “멕시코 국경에서 적발된 불법 이민자 건수는 16만2000건으로 지난 2월(13만건)보다 25% 증가했다”며 “미 정부는 (42호 종료 이후) 남쪽 국경에 진입하는 이주민이 하루 1만~1만3000명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했다.
공화당은 42호를 폐지하는 것은 미국 내 불법 이민 및 마약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해 왔다. 반면 민주당 등 진보 진영에선 ‘비인간적인 정책’이라며 42호 즉각 폐지와 국경 망명 절차 복원을 요구해 왔다. 바이든 행정부도 임기 초기 ‘폐지 방침’을 밝혔었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실제 폐지 조치를 최근까지 계속 미뤄왔다.
남부 국경에 병력 추가 배치를 발표한 이날 브리핑에서 커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은 “이전에도 군은 국경에서 관세국경보호청 업무를 거의 20년간 지원해 왔다”며 이번 조치를 “일반적 관행”이라고 했다. 반면 뉴욕타임스는 “국경에 군 병력을 배치하는 것은 국경 장벽 건설을 추진했던 트럼프 시대를 떠올리게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