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매클레인의 ‘아메리칸 파이’는 미국의 국가(國歌)나 다름없는 노래입니다. 미국인이라면 듣는 순간 뭉클한 향수를 느끼죠. 그런 노래를 외국 정상이 불러주리라곤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미국 국빈 방문 때 백악관 환영 만찬에서 부른 노래를 두고 조시 고트하이머(48) 미 연방하원의원은 4일(현지 시각) 본지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노래 첫 소절을 읊조릴 때 한국이 가까운 친구처럼 확 다가왔다. 국가와 국가 사이에 인간적 교감이 가능하다는 것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또 “워싱턴 정가에서 아직도 사람들이 ‘아메리칸 파이’ 이야기를 한다”며 “난 그 만찬장에 가지 못해 노래를 직접 못 들은 게 섭섭할 정도”라고도 했다.
고트하이머는 뉴저지 5선거구를 지역구로 둔 4선(選) 의원으로, 민주당의 떠오르는 실세 정치인으로 꼽힌다. 하원의회의 초당적 중도파 협상 그룹인 ‘문제해결 의원모임(Problem Solvers Caucus)’의 여당 쪽 의장으로, 현재 미 정계 최대 이슈인 부채 한도 상향과 관련한 양당 협상을 이끌고 있다.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연설문 작성 비서관과 힐러리 클린턴 대선 캠프 참모 등을 지냈다. 현재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원내대표의 최측근으로 당 안팎에 영향력이 크다.
고트하이머 의원은 이날 뉴저지한인회와 간담회를 위해 한인 밀집촌인 팰리세이드파크를 찾았다. 아시아 혐오 범죄 대응과 소상공인 지원 등 각종 민원을 듣기 위해 한인회를 찾은 그는 한미 동맹 70주년과 윤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들어 화기애애한 대화를 이어갔다.
고트하이머는 지난 윤 대통령의 상·하원 의회 합동 연설에 대해 “양국이 공유하는 끈끈한 역사, 서로의 희생에 바탕한 안보 동맹, 깊은 문화적 교류, 경제 협력에 이르기까지 대단히 설득력 있는 훌륭한 연설이었다. 전율이 느껴질(thrilled) 정도였다. 민주·공화를 떠나 기립 박수를 안 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윤 대통령의 연설 중 자신이 특히 감명 깊게 들었다는 구절을 인쇄한 종이를 품에서 꺼냈다. ‘한미 동맹이 처음 시작할 땐 성공을 장담할 수 없었으나, 이제 여느 때보다 더 강하고, 함께 더 번영했으며, 누구보다도 더 긴밀해졌다’는 부분이었다. 고트하이머 의원은 “6만여 명의 한인을 지역구에 두고 있는 나에게 개인적으로 전해주는 메시지같이 느껴졌다. (정치인으로서) 동기 부여가 많이 됐다”고 말했다.
고트하이머는 한미 관계에 대해 “한국은 민주주의와 인권, 자유시장 경제 등 핵심 가치를 공유하는 미국의 가장 중요한 동맹”이라고 했다. 이어 “한국은 미국에 대기업과 대형 자본을 진출시켜 미 경제의 중요한 축을 이루고 있고, 문화적 다양성을 통해 미국을 발전시키고 있다”며 “내가 아는 한인들은 전문직이건 자영업자건 학부모건 정말 성실하고 훌륭한 리더십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유대계인 고트하이머 의원은 또 “한인과 유대계는 짧은 미국 이민사에도 빠르게 미국 사회 주류로 자리 잡고 교육열이 높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했다.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와 국토안보위원회 소속인 가트하이머는 “미국 내 한인 권익 신장과 한국 기업 진출 지원은 물론, 중국과 북한의 위협에서 한국을 방어하는 일에도 미국의 철통같은 약속을 지키도록 의회에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