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동~인도를 철도와 항로로 연결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관련국들과 논의 중이라고 미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가 6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올해 10년을 맞은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신실크로드)에 대응하는 차원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이런 움직임에 대항해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등 인근 국가들과 외교 강화에 나섰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AP 연합뉴스

액시오스는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7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인도의 국가안보보좌관들과 만나 이 같은 프로젝트를 논의한다고 보도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지난 6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를 만나기 위해 사우디 수도 리야드를 방문했다. 이 프로젝트는 아랍 국가들과 걸프만을 철도망으로 연결하고, 항로를 통해 인도까지 잇는 합작 인프라로 전해졌다. 중동 지역 항구들을 이용해 인도까지 운송 항로를 열겠다는 것이다. 반면 중국의 일대일로는 유럽과 아프리카 등으로 서진(西進)하는 정책이다. 미국이 중국의 일대일로에 맞서 중동 일대 우호국들의 연계를 강화하고, 중국의 길목에 있는 인도의 역할을 강화하자는 취지로 해석됐다. 미국은 ‘아시아 복귀’를 내걸고 중국의 동쪽 방향에서도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미국과 사우디는 전통적 우방이지만 2018년 10월 발생한 사우디의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사건 후 미국이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를 배후로 지목하면서 관계가 경색됐다. 그사이 중국은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 시진핑 주석이 작년 12월 사우디를 방문해 협력을 다짐했고, 올 들어서는 사우디와 이란의 관계 정상화를 중재했다. 2016년 단교했던 사우디와 이란 대표가 지난 3월 베이징에서 만나 관계 복원을 발표하는 모습에 미국은 상당한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의 중동 내 영향력 확대를 고민하는 미국에 ‘철도망 연결’이란 아이디어를 제공한 것은 이스라엘로 알려졌다. 미국, 이스라엘, UAE, 인도는 지난 2021년 말 중동 내 전략적 인프라 프로젝트 추진을 논의하기 위해 ‘I2U2′란 협의체를 만들었는데, 지난해 이 협의체 회의에서 이스라엘이 대규모 인프라 건설 경험이 많은 인도의 전문성을 빌려 철도로 지역을 연결하자는 구상을 냈다는 것이다. 설리번 보좌관은 지난 4일 친(親)이스라엘 성향 싱크탱크인 ‘근동 정책을 위한 워싱턴 연구소’ 연설에서 “앞으로 I2U2에 대해 많이 듣게 될 것”이라며 “몇 달 내로 이뤄질 흥미로운 새 조치들”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설리번 보좌관은 이 연설에서 남아시아와 중동을 연결하는 것이 “미국의 경제 기술과 외교를 진전”하는 방안이라고 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의 일대일로를 견제하기 위해 제3국에 대한 인프라 투자를 늘리는 정책을 이어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21년 6월 영국에서 열린 주요 7국(G7) 정상회의에서 G7 국가들이 협력해 개발도상국의 인프라 구축을 지원하는 데 2035년까지 40조달러(약 5경3000조원)를 투입하자는 ‘더 나은 세계 재건(Build Back Better World·B3W)’ 구상을 발표했다. 작년 6월 독일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는 이를 구체화해서 ‘글로벌 인프라 파트너십(PGII)’란 이름으로 출범시켰다. 2027년까지 미국이 2000억달러(약 265조원), G7 파트너 국가들이 6000억달러(약 796조원)를 조달해 글로벌 인프라 투자를 시작한다는 내용이다.

한편 이런 미국의 견제에 중국은 자국에 우호적인 국가들과 관계 강화에 나섰다. 친강 중국 외교부장(장관)은 6일 파키스탄에서 아미르 칸 무타키 아프가니스탄 외무장관 대행을 만나 “국제 상황이 어떻게 변하든 중국은 시종일관 아프간 인민의 편에 설 것”이라고 했다. 미국의 아프간에 대한 자산 동결과 독자 제재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무타키 외무장관 대행은 “아프간 측은 중국과의 관계 발전을 고도로 중시한다”면서 “일대일로 틀 안에서 중국과 경제·무역, 인적 교류, 인프라 건설 등과 관련한 협력을 희망한다”고 했다. 전날부터 파키스탄을 방문 중인 친강은 파키스탄 외교장관과 전략 대화를 했고, 아프가니스탄을 포함해 3국 외교장관 대화도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