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현지 시각) 뉴욕 지하철에서 승객에게 목 졸려 숨진 조던 닐리. 평소 마이클 잭슨을 따라하는 노숙인으로 유명했다. /트위터

지난 1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지하철 F노선을 달리던 열차 안에서 흑인 노숙자 조던 닐리(30)의 목을 졸라 숨지게 한 가해자의 신원이 드러났다. 당초 24세의 미 해병 출신 백인이라는 것만 알려졌던 가해자의 이름은 대니얼 페니였다. 그는 사람을 좋아하고 바텐더를 꿈꾸던 평범한 구직자였다. 특히 피해자인 닐리가 약물중독으로 인해 공격적인 성향을 보였고, 가해자인 페니는 주변 사람을 돕는 성품을 가진 사람이란 것이 알려지면서 당초 흑인에 대한 과잉대응으로만 해석되던 이 사건은 홈리스(homeless·노숙자)와 잡리스(jobless·실직자)가 충돌한 뉴욕의 비극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7일 ‘두 남성의 절박한 인생 경로는 어떻게 뉴욕 지하철에서 만났나”라는 기사로 둘의 인생을 조명했다.

뉴욕 경찰은 사건 이후 페니를 구금하고 조사했지만 도주의 위험이 없다며 곧 풀어줬다. 현재 닐리의 사망 원인이 경부 압박에 의한 질식사라는 검시 결과가 나왔지만 수사당국은 아직까지는 그를 기소하지 않은 상태다.

◇닐리의 비극: 파탄난 흑인 가정, 그리고 마약

닐리는 14세때 어머니가 남자친구에게 살해되면서 정신 건강이 극도로 악화된 피해자였다. 남자친구와 함께 나간 후 실종됐던 어머니는 목이 졸려 살해된채 여행가방에서 발견됐다. 당시만 해도 닐리는 고통스러운 경험을 이야기하는 대신 마이클 잭슨을 흉내내며 밝고 낙천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결국 그는 학교를 자퇴했고, 노숙자가 됐다. 노숙자가 되고서도 마이클 잭슨을 흉내내며 지하철 공연은 이어갔지만 그의 삶은 행복하지 않았다.

닐리는 뉴욕시에서 관리하는 노숙자 명단 중 가장 긴급한 지원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상위 50명 명단에 올라 있었다. 30건 이상의 체포 기록 중 대부분은 개찰구 뛰어넘기나 무단 침입 등 일반적인 노숙인의 범죄였으나 최소 4번은 사람을 때린 혐의로 기소됐으며, 그 중 2번은 지하철에서 체포됐다.

닐리의 문제는 마약 탓에 악화했다. 그는 합성 마리화나에 강하게 중독돼 있었다. 노숙자 지원센터에 의해 병원에 입원될 정도로 상태가 심각했다. 2021년 67세의 여성을 주먹으로 때렸을 때는 15개월의 입원 치료를 받으면 형을 감경해준다는 법원의 결정이 있었지만 그는 13일만에 시설을 뛰쳐나왔다. 그가 가장 마지막으로 봉사단체와 접촉한 것은 사건 발생으로부터 2주전이었다. 봉사단체 직원은 “그가 공격적이고 일관성이 없다”며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다른 사람이나 자신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사건 당일 목격자에 따르면 닐리는 “배고프고 목이 마르다”, “아무것도 없는 것에 지쳤다”며 소리를 치며 지하철을 돌아다녔다고 한다. 이후 닐리는 코트를 열차 바닥에 던지는 등 소란을 피웠고, 살해당했다.

◇페니의 비극: 4년간의 군 생활, 일자리 찾아 뉴욕으로

가해자인 페니의 변호사는 “닐리가 페니와 다른 승객을 공격적으로 위협하기 시작했을 때 페니는 다른 승객의 도움이 있을 때까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행동했다”며 “페니는 닐리를 해칠 의도가 전혀 없었으며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예견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와 함께 일했던 직장 동료는 “페니를 알고 페니의 의도를 안다면 그것이 주변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한 것임을 알 수 있다”고 추측했다. 페니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6년 된 청년이다. 6년 중 4년을 해병대에서 보냈다. NYT는 그가 2021년 전역하기 전까지 여러 개의 상을 받았다고 전했다.

대니얼 페니/트위터

군에서 전역한 그는 여행·관광 업계에 종사하길 원하는 구직자였다. 해당 업계의 일자리를 찾는 웹사이트에 그로 추정되는 인물은 “완전히 성취감을 느끼지 못해 대학을 그만뒀다”며 “학교를 그만두고 중남미 전역을 배낭여행 하기로 결심했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그가 마지막으로 있었던 노스캐롤라이나주(州)의 해병대 기지 근처의 서핑 가게에서 작년 5월까지 일했다. 그와 함께 일했던 서핑 숍 직원은 “그는 사람을 좋아한다. 그는 매우 느긋한 사람이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페니는 바텐더로 일하고 싶어 뉴욕에서 구직 중이었지만 잘 풀리지 않았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해병대에서 전문 훈련을 받은 그가 2분 이상 목을 조른채로 제압한 것이 오히려 죽이려는 의도가 없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분석도 있다. 해병대 신병들은 8초만에 뇌로 가는 혈액과 산소를 차단하는 ‘블러드 초크’를 훈련받는데, 닐리가 8초보다는 훨씬 긴 시간동안 저항을 했다는 것이다. 특히 닐리는 페니가 목을 놓은 이후에 살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