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뉴스 확산 등으로 지난달 해고된 전 폭스뉴스 간판 앵커 터커 칼슨(53)이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에서 방송을 다시 시작한다. 전투적이고 도발적인 진행으로 미국의 보수·극우층을 결집했던 칼슨이 또 다른 선동가로 꼽히는 머스크와 손을 잡은 셈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머스크는 “칼슨에게 특혜를 준 것이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칼슨은 지난 10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돌아왔다”며 새로운 ‘1인 뉴스쇼’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인 방송 시작 일시는 공개하지 않았다.
그는 3분 분량의 영상을 통해 “새로운 뉴스쇼는 지난 6년 반 동안 해왔던 쇼와 비슷할 것”이라며 자신이 지난 2016년부터 진행했던 폭스뉴스의 ‘터커 칼슨 투나잇’을 언급했다. 이 프로그램은 300만명 이상의 시청자를 끌어모은 폭스뉴스의 간판 프로그램이었다.
칼슨의 발표는 그가 폭스뉴스에서 해고된 지 보름 만에 나온 것이다. 앞서 지난달 24일 폭스뉴스는 칼슨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칼슨이 2020년 대선(大選)이 부정선거였다는 가짜 뉴스를 방송에서 반복적으로 퍼뜨리고, 폭스뉴스가 투·개표기 회사 도미니언에 7억8750만달러(약 1조391억원)에 달하는 합의금을 물어주기로 한 소송에서는 책임을 회사에 떠넘기는 배신까지 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었다.
이번에 주목받는 점은 칼슨이 새롭게 뉴스쇼를 시작하는 플랫폼이 머스크의 트위터라는 것이다. 칼슨은 “트위터는 언론의 자유를 허용하는 마지막 남은 플랫폼”이라고 말했다. 머스크는 지난해 10월 440억달러(약 58조2000억원)에 트위터를 인수한 후 언론의 자유를 보호하겠다며 기존에 계정 사용이 중지됐던 백인 민족주의자나 극우주의자의 계정을 되살렸다.
머스크는 칼슨의 발표 이후 자신의 트위터에 “칼슨과 어떤 종류의 별도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 그는 모든 콘텐츠 제작자와 동일한 규칙과 보상을 적용받는다”며 거리를 뒀다. 뉴욕타임스(NYT)는 머스크의 이런 반응에 “트위터는 머스크가 콘텐츠 정책을 급격하게 변경한 후 광고 수입이 급감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칼슨을 공개적으로 포용할 경우 트위터의 비즈니스에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머스크가 선을 긋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선동적인 진행자와 이를 포용하는 플랫폼이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광고 수입 감소라는 위기에 놓인 트위터는 독점 콘텐츠를 통해 수익 창출을 노리고 있다. NYT는 이미 7800만회 이상의 조회수를 올린 칼슨의 이번 복귀 발표 영상을 언급하며 “그는 자기 연령대 회원들이 트위터에 가입하도록 유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독점 콘텐츠를 구독하도록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