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22일(현지 시각) “대한민국이 국가로서 통일된 목표를 잃고 있는 것 같다”며 “정치는 길을 잃고 국민들은 마음 둘 곳을 잃은 사태”라고 밝혔다.
이 전 총리는 이날 워싱턴DC 조지워싱턴대에서 최근 발간한 ‘대한민국 생존전략’ 출간 간담회을 갖고 최근 지지율이 하락한 민주당 상황에 대해선 “기존 주요 정당이 과감한 혁신을 하고 알을 깨야만 될 것이다. 만약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외부 충격이 생길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는 향후 정치 행보에 대한 질문에 대해선 “한국은 국내외적 위기를 충분히 잘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그렇게 된 데는 저의 책임도 있다. 그 책임을 제가 다 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했다. 이어 “정치가 길을 찾고 국민이 어딘가 마음 둘 곳을 갖게 되도록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어디까지인지 모르겠지만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게 제 결심”이라고 했다.
작년 6월 워싱턴DC에 도착한 이 전 총리는 조지워싱턴대 방문연구원을 마치고 독일에서 강연한 뒤 다음 달 20일쯤 한국으로 귀국할 계획이다.
이 전 총리는 ‘한미관계에서 한국의 목소리가 커졌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지금은 커졌다가 아니라 안 들리지 않는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도 할 말을 하는 동맹을 원한다고 생각한다”며 “미국의 파트너인 동맹국의 지도자가 국민의 지지를 받아야만 파트너로 가치가 커질 것이다. 미국은 그런 지도자를 원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전 총리는 정부가 더 목소리를 내야 하는 분야로 반도체를 지목한 뒤 “미국 정부는 한국이 계속 중국에 반도체를 수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한국이 기존 경제관계 유지 등 중국과 건설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게 필요하다는 것을 미국이 이해하면 좋겠고 도와주기를 바란다”며 “한국이 경제적으로 더 취약해진다면 미국에도 동맹으로서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한미 관계에 대해선 미중간 경쟁으로 한국이 처한 곤란한 상황을 이해하는 “열린 동맹”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이 전 총리는 “(열린 동맹은) 동맹 역량의 총량을 키우는 방향이라면 미국과 전술적으로는 부분적으로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도록 열어야 한다는 뜻”이라고 했다.
그는 총리 재임 기간 제일 아쉬운 게 무엇이냐는 질문에 “정권이 바뀌더라도 대북정책의 골간은 바뀌지 않도록 하는 뭔가를 만들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가 북한 인권 문제에 관대했다’는 한 참석자의 지적엔 “문 정부의 접근에 대한 미국 등 국제사회의 비판이 있었다는 걸 알고 있다”며 “국제사회가 말하는 인권은 서방적 가치 기준에 의한 경우가 많으나 문 정부는 생존권이 가장 기본적 인권일 수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고 했다. 한편 일본이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 계획에 대비해 ‘파괴 조치 준비명령’을 발령한 것에 대해서는 “의미가 있거나 막아야 할 정도의 정찰위성이라면 그건 주권 국가로서 충분히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