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1월 미국 차기 대선에서 유력한 공화당 후보로 거론돼 온 론 디샌티스(44) 플로리다 주지사가 24일(현지 시각)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로써 민주당 소속의 현직 조 바이든 대통령과 맞붙을 ‘공화당 대통령 후보’ 자리를 놓고 당내 경선 레이스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작년 11월 출마를 선언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공화당 후보로 압도적 선두를 달리는 가운데, 2위 디샌티스가 본격 경쟁에 뛰어들면서 트럼프의 ‘독주’를 막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화당의 유력 대선주자로 꼽히는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24일(현지 시각)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2024년 대통령선거 출마 선언 영상을 공개했다. /디샌티스 주지사 트위터

디샌티스는 이날 트위터 계정에 1분 14초 분량의 동영상을 올리고 “나는 위대한 미국의 복귀(Our Great American Comeback)를 이끌기 위해 대선에 출마한다”고 했다. 영상에서 그는 “우리의 국경 상태는 재앙(disaster)이고 도시엔 범죄가 들끓는다”며 “(그런데도 바이든) 대통령은 허둥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린 최근 몇 년간 공화당을 감염시킨 ‘패배의 문화’를 끝내야 한다”고 했다. “과거의 진부한 교리는 활기찬 미래에 적합하지 않다. 우린 뒤가 아닌 앞을 내다봐야 한다”고도 했다. ‘과거’ ‘패배’ 등의 표현은 트럼프를 겨냥한 것으로, 작년 중간선거에서 트럼프가 지지했던 후보들이 잇따라 민주당 후보에게 패배한 것 등을 비판한 것이다.

영상 게재 직후 디샌티스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트위터의 음성 채팅 플랫폼 ‘트위터 스페이스’에서 1시간 30분간 대선 출마 대담을 갖고 “교육, 총기 등 좌파 진영과 갈등을 빚는 분야에서 보수의 가치를 증진시키겠다”며 자신의 브랜드인 ‘문화 전쟁(culture wars)’을 앞세웠다. 그러면서 “나에 대한 최악의 비평가들조차도 내가 무엇을 하든 끝까지 해낼 것이라는 것은 안다”며 “우리가 하는 것들은 ‘결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24일(현지 시각) 미국 대선 출마를 선언한 론 디샌티스(왼쪽) 플로리다 주지사가 지난 2020년 10월 플로리다주 포트마이어스에 있는 사우스웨스트 플로리다 국제공항에서 도널드 트럼프(가운데·뒷모습) 전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한편 이날 대담 초반엔 트위터의 기술적 문제로 끊김 현상이 반복되다 약 25분간 송출이 중단되는 일이 발생했다. 접속자 수가 폭증하면서 서버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트럼프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는 트위터에 디샌티스(Desantis)의 이름을 패러디해 ‘Desaster(재난을 뜻하는 Disaster의 변형)’라는 단어를 올렸고, 바이든은 자신의 선거자금을 모금하는 인터넷 주소를 트위터에 게재하면서 “이 주소는 작동합니다”라고 비꼬기도 했다. 미 언론들은 “그만큼 수많은 사람의 이목을 집중시킨 행사였다”면서도 “접속 장애로 버벅댄 트위터 방송을 통해 대선 유세를 시작하면서 불길한 출발을 기록하게 됐다”고 했다.

경선 대결이 가시화되면서 트럼프와 디샌티스 간 공방은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이날 트럼프 선거캠프는 디샌티스 출마에 맞춰 그를 비판하는 1분짜리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은 바이든 옆에 앉아 있는 디샌티스의 사진을 보여준 뒤 “트럼프는 오직 한 명뿐”이라며 “왜 우리가 ‘트럼프(를 사칭하는) 사기꾼’에게 안주해야 하나”라고 했다. 그는 트위터에서도 “그(디샌티스)는 불충스러운 사람!”이라고 했다. 디샌티스가 ‘무명’에 가까웠던 2018년 주지사 선거 당시 트럼프의 지지를 바탕으로 선거에서 승리했음에도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자기에게 맞서는 상황을 겨냥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