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정부 부채한도 인상을 협상해 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타협안에 대해 원칙적 합의를 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27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주말을 맞아 대통령의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 머물고 있던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매카시 하원의장과 두 차례에 걸쳐 90분 이상 통화하며 잠정 합의안을 만들었다.

매카시 하원의장은 이날 밤 “몇 주간의 협상 끝에 원칙적 합의에 도달했다”면서도 “법안 작성을 끝내기 위해 오늘 밤 해야 할 일이 아직 많다”고 말했다. 또 “현재 어느 지점에 있는지 공화당 의원들에게 우선 얘기하겠다”며 “법안 작성을 끝내고 백악관과 확인을 거친 뒤 28일 오후 다시 (바이든) 대통령과 통화하고 공개하겠다. (법안) 표결은 31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협상의 세부 사항은 즉각 공개되지 않았고 하원의장실이 법조문을 작성한 뒤 백악관과의 마무리 협상 과정을 거쳐 추후 공개할 예정이다. 연방정부 부채한도 적용을 2025년까지 유예하는 대신, 2년간의 유예기간 동안 정부 지출을 동결하는 방향이 될 수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근로자들을 위한 핵심 프로그램을 보호하고 경제 성장을 하면서도 (정부)지출을 줄이는 중요한 한 걸음”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합의는 타협에 해당하며 모두가 원하는 것을 얻지는 못한다는 뜻이다. 그것이 통치(governing)를 하는 책임”이라고 했다.

양측이 합의 사항을 바로 발표하지 않은 것은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당내 강경파를 설득하고 반발을 잠재울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현지 언론들은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6월 5일까지 법안이 의회를 통과한다는 보장은 없다”며 “더 많은 정부 예산 삭감을 요구해 온 공화당 내 우익 의원들은 이미 반기를 들고 있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에서 “협상팀이 법조문을 완성해 하원과 상원으로 보낼 것”이라며 “양원 모두 합의안을 바로 통과시켜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합의 내용을 담은 법안이 미 의회를 통과하면 글로벌 경제 불안 요인으로 작용해온 미국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가 해소될 수 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지난 26일 의회에 보낸 서한에서 6월 5일까지 부채 한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연방 정부의 지불 능력이 바닥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백악관과 공화당이 '디폴트 사태'를 피하기 위해 부채한도 협상에 잠정 합의한 27일(현지 시각) 밤 미 국회의사당에 불이 켜져 있다. /로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