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플로리다주(州) 마러라고 사저로 무단 반출한 문건 중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도 포함돼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0일(현지 시각) 트럼프가 ‘러브레터’라고 불렀던 이 친서 원본들을 마러라고를 찾은 손님들에게 보여주면서 수차례 자랑했다고 보도했다.

2018년 6월 1일(현지 시각) 당시 현직이었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북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을 통해 전달받은 김정은의 친서를 들어보이며 미소짓고 있는 모습. /백악관

트럼프 시절 백악관 대변인을 지낸 스테퍼니 그리셤은 WP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김정은의 서신을 너무나 자랑스러워했다”며 “(손님들에게) 항상 이 편지들에 대해 이야기했고, 또 직접 편지들을 그들에게 보여줬다”고 했다. 그리셤은 지난 2021년 1·6 의사당 난입 사건 이후 트럼프 비판으로 돌아섰다. 그리셤은 “그(트럼프)는 그 편지들을 원했기 때문에 (백악관에서) 가지고 나간 것”이라고도 했다.

트럼프는 지난 4월 김정은을 포함해 유명 인사들과 주고받은 편지를 담은 화보집 ‘트럼프에게 보내는 편지’(Letters to Trump)를 90달러(약 11만원)에 출간하기도 했다. 이에 미 민주당 진영에선 “전직 대통령이 국가 기밀을 이용해 영향력을 높이고 수익을 올리려 한 것”이란 비판이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7월 12일 공개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 한글본과 영문본. /백악관

트럼프는 워터게이트 사건을 특종 보도했던 밥 우드워드에게도 김정은 친서를 자랑한 적이 있다. 우드워드가 작년 말 공개한 2019년 12월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의 인터뷰 음성에 따르면, 트럼프는 “(김정은) 편지를 보게 해 주겠다. 다만 내가 이것을 (보여)줬다고 말하지 말라”고 언급했다. 트럼프는 2020년 1월 전화 인터뷰에서도 우드워드가 ‘당신이 김정은에게 보낸 편지도 보여달라’고 하자 “그것들은 최고 기밀”이라고 말했다. 미 언론들은 “유출한 문건들이 기밀로 분류된다는 걸 트럼프가 알고 있었던 것”이라고 했다.

한편 ‘김정은 친서’가 가짜일 것이란 주장도 제기됐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4일 CNN 인터뷰에서 “내 생각에 이 편지들은 북한 노동당 선전선동부 사람들이 쓴 것”이라며 “(편지엔) ‘각하’(your excellency) 같은 (아부) 문구들로 가득했다. 트럼프는 그저 그걸 러브레터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는 “김정은은 잔혹한 독재자고, 친하게 지낼 만한 사람이 아니다”라며 “(이를 자랑하는 것은) 트럼프가 왜 대통령 적임자가 아닌지 보여주는 또 하나의 증거”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