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쿠바를 포함한 세계 여러 곳에 첩보 시설을 갖고 있으며, 2019년에는 쿠바 내 첩보 시설을 업그레이드했다고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12일(현지 시각) 공식 인정했다. 그간 미국 언론이 익명의 행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중국이 쿠바에 미국 상업·군사 시설을 감청할 수 있는 첩보 시설을 운용 중이라고 보도해 왔지만, 블링컨 장관이 공개석상에서 거론한 것은 처음이다. 이 문제가 오는 18일로 알려진 블링컨의 중국 방문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앞서 그는 지난 2월 베이징을 방문하기로 했다가 중국 스파이 풍선 문제가 불거지자 취소한 바 있다.
블링컨은 12일 국무부 기자회견에서 ‘베이징에 가면 쿠바에서 이뤄지는 중국의 대미(對美) 스파이 시도에 관한 문제도 제기할 것인가’ 질문에 “우리가 매우 주의 깊게 추적 관찰하고 대응 조치를 취하고 있는 사안”이라며 이 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가 2021년 1월 출범했을 때 세계 전역의 해외 수송, 기지, (정보) 수집 인프라를 확대하려는 중국의 민감한 노력에 대한 브리핑을 받았다”며 “중국은 쿠바 내 정보 수집 시설을 포함해서 세계 전역의 몇몇 시설 확대를 고려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블링컨은 “우리가 갖고 있는 정보에 의하면 중국이 2019년에 쿠바 내 정보 수집 시설을 업그레이드했다. 이 문제에 대응하려는 전임 정부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진전을 보지는 못했다는 것이 우리의 평가였다”고 했다. 쿠바 내 중국 첩보 시설이 바이든 행정부 들어 새롭게 생긴 문제가 아니며, 트럼프 행정부의 대응이 미흡했다는 것이다.
블링컨은 더 직접적으로 문제에 대응하라는 바이든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쿠바를 비롯해 중국의 기지를 수용하는 국가들과 고위급에서 접촉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외교적 노력이 중국의 시도를 늦췄다고 우리 측 전문가들은 평가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도 이날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쿠바 측에) 우리의 우려를 알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