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 연준의장이 14일(현지시각) 워싱턴 DC 청사에서 6월 FOMC의 기준금리 정책 결정을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연준은 이번에 15개월만에 기준금리를 처음 동결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14일(현지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과 기준금리를 5.00~5.25%에서 동결한다고 밝혔다.

연준은 지난해 3월부터 40년만의 미 최악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총 10회의 FOMC를 통해 제로금리를 5%대까지 끌어올리는 고강도 금리 인상을 지속했다. 연준이 금리를 동결한 것은 15개월만에 처음이다.

앞서 지난 13일 미 노동부가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4.0% 상승, 2021년 3월 이래 2년2개월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이어 14일 소비자물가의 선행지표인 5월 생산자물가지수(PPI) 역시 지난해 같은달 대비 1.1% 상승해 인플레 둔화세를 나타냈다.

이는 연준의 물가상승률 목표치 2%를 훨씬 넘는 것이지만, 1년 넘게 이어진 고강도 긴축으로 인해 가계 빚 부담이 늘고 기업 활동이 둔화하는 등 부작용을 고려하기 위해 긴축을 잠시 쉬어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연준 내에 높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올초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시그니처은행 등 미 지역 중소은행들이 긴축 여파로 잇따라 파산하는 등 은행 건전성 위기가 불거지면서 대출 규제 등이 강화되자, 사실상 추가적 금리인상 효과가 시중에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제롬 파월 미 연준의장이 14일(현지시각) 워싱턴 DC 청사에서 회견을 열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그는 "이번엔 금리를 동결했지만 아직 인플레 압력이 높아 연내 추가 금리 인상을 적절하다고 보는 FOMC 위원이 대부분이었다"면서 "연내 금리인하를 예상하는 위원은 없다"고 말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그러나 이번 금리 인상 중단은 일시적인 것일 뿐, 긴축 종료는 아니라고 연준은 밝혔다. 향후 물가와 고용 지표 등을 고려해 바로 내달 이후부터 다시 금리 인상 카드를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FOMC 성명에 포함된 점도표에 따르면, 연준은 올 연말 최종금리 예상치를 5.6%(5.5~5.75%)로 제시, 지난 3월 기준 제시한 5.4% 수준에서 더 올렸다. 이는 하반기에 약 두 차례의 추가 금리인상이 있을 것임을 시사한다. 시카고(CME) 페드워치는 7월 FOMC에서 연준이 0.25%p의 ‘베이비 스텝’을 다시 밟을 확률을 60%로 반영하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의장은 이날 FOMC 발표 직후 워싱턴 DC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에 거의 모든 위원들이 연내 추가 금리 인상이 적절할 것 같다는 견해를 보였다”고 전했다. “인플레 압력이 계속 높은 상태이며, 우리의 최우선 순위는 물가 안정”이라고 말해, 이번 금리 동결을 ‘긴축 종료’의 메시지로 시장이 잘못 받아들일 가능성에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파월 의장은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선 “연내 금리 인하를 예상하는 위원은 없었다. (현 인플레 추세와 뜨거운 고용시장으로 볼 때)그런 언급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이로써 미 금리는 최소 올해까지는 5%대의 고금리로 유지될 전망이다.

앞서 호주와 캐나다도 지난 5월 금리 인상을 일시 중단했다가, 한달만인 이달 각각 베이비스텝 금리 인상을 재개했다.

뉴욕증시는 이날 연준의 금리 동결에도 불구, 향후 강력한 긴축 재개 예고에 하락세로 돌아섰다가 혼조세로 마감했다. 다우지수는 0.68% 하락 마감했고, S&P500과 나스닥은 각각 0.08%, 0.35% 소폭 상승해 장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