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미국을 국빈 방문한 가운데,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모디 인도 총리가 미·인도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을 예정이라고 로이터통신이 21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로이터는 “모디가 가끔 (일부 언론과) 인터뷰를 하는 차원을 넘어 (공개 석상에서) 언론의 질문을 받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모디 총리는) 9년 전 총리가 된 이후 인도에서 단 한 번도 기자 회견을 하지 않았고, 질문도 받지 않았다”고 했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왼쪽)가 20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회담하고 있는 모습. /AP 연합뉴스

모디 총리는 인도 안팎에서 인권 문제를 두고 비판받고 있다. 모디 정권의 ‘종교적 무관용’, 언론 자유 및 인터넷 접속 제한, 시민사회단체 억압 등에 대해 미국 민주당은 그간 많은 우려를 나타내왔다. 실제 민주당 소속 상·하원 의원 75명은 전날 바이든 대통령에게 연명 서한을 보내 모디 총리와의 회담에서 인권 문제를 거론할 것을 촉구했다. 모디 총리는 구자라트주 총리 시절 힌두교도의 이슬람교도 학살을 방관했다는 의혹을 받아 2005년 미국 입국 비자가 거부된 적이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모디 총리를 위해 레드카펫을 깔아주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이번 (인도 총리) 방문은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국가와의 유대를 강화하겠다는 희망과 함께 독재와 민주주의간 싸움에서 (미 대통령이) 어떤 포지셔닝을 할 것인지에 대한 위험성 둘 다 강조하고 있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이런 민주당 내 여론에 압박을 받아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통신은 고위 관리를 인용해 “백악관은 모디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해야 한다고 압력을 가했고 이에 모디 총리가 (질문을 받기로) 응한 것”이라며 “(다만) 백악관에 방문한 국가 수반들과의 기자회견은 엄격하게 통제돼 왔고, 질문할 기자도 사전에 지정해왔다”고 했다.

전날 오후 뉴욕에 도착한 모디 총리는 21일 워싱턴DC로 이동해 바이든 대통령 부부가 주최하는 만찬에 참석한다. 22일에는 정상회담을 갖고 미국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한 뒤 국빈 만찬에 참석한다. 모디 총리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재임기인 2016년 방미 당시에도 상·하원 합동 연설을 한 적이 있다. 로이터는 미 의회가 모디 총리에게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 초청을 보낸 것은 “한때 인권 우려로 미국 입국 비자 발급이 거절된 지도자에게 드문 예우를 보인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민주당 내 반발에도 불구하고 모디 총리와 바이든 대통령의 회담에서 인도의 인권 문제는 거론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 국무부 관리이자 싱크탱크 전략국제연구센터(CSIS) 소속 도널드 캠프는 “내 생각에 인권이 이번 회담의 초점이 되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존 커비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전날 “이번 국빈 방문이 자유롭고 개방되며 번영하고 안전한 인도·태평양에 대한 양국 공통의 의지를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