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첨단기술과 국방 등 분야에서 협력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또 미·인도는 수십억 달러 규모 드론(무인기) 구매 및 전투기 공동 생산 계약을 체결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중간)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 부부. / AFP 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은 22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모디 총리와 회담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미·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파트너십 중 하나로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고 긴밀하며 역동적”이라며 “양국은 양자 컴퓨터와 인공지능(AI), 반도체, 오픈랜 통신망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협력하고 있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모디 총리 방미를 계기로 인도 기업들이 미국에 태양광과 철강, 광섬유 등 산업에 20억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어 “(두 정상은) 러시아의 잔혹한 우크라이나 침공이 촉발한 인도적 비극을 완화하고 주권과 영토 보전이라는 유엔 헌장의 핵심 원칙을 지키기 위한 공동의 노력에 대해 논의했다”고도 했다.

모디 총리는 정상회담에서 “우리는 신뢰하는 파트너로서 신뢰할 수 있고 안전하며 회복력 있는 글로벌 공급망과 가치망을 구축하기로 했다”며 “양국간 협력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라고 했다.

모디 총리는 이날 저녁 국빈 만찬을 앞두고 오전에 백악관 레드카펫을 밟았다. 모디 총리는 약 7000명의 관계자가 도열한 백악관 남쪽 잔디밭에 도착해 “오늘 백악관에서 열리는 이 성대한 환영식은 14억 인도 인구의 영광이자 자부심”이라며 “이것은 또한 미국에 거주하는 400만 명 이상의 인도계 미국인에게 영광”이라고 했다.

인도는 미국 주도의 유인 달 착륙 프로젝트 ‘아르테미스’에 참여하고, 미국항공우주국(NASA)와 협력해 2024년까지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인도 우주인을 보내기로 했다. 또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이 인도에서 전투기 엔진을 생산하기로 한 합의를 사례로 들면서 “양국간 긴밀한 방산협력이 기술 이전 및 공동 개발 등을 포함하는 관계로 전환했다”며 “이는 상호 신뢰와 전략적 우선순위의 공유를 상징한다”고 했다.

인도가 미국산 무장 MQ-9B 시가디언(SeaGuardian) 드론을 구매하기로 한 것을 두고 “중국에 비해 열세인 공군의 화력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모디 총리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인도는 아주 초반부터 대화와 외교를 통한 분쟁 해결을 강조해왔다”며 “우리는 평화를 되찾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어떤 방식으로든 기여할 준비가 완전히 됐다”고도 했다.

이날 회견은 모디 총리가 취임 후 처음으로 공동 기자회견 석상에서 발언했다. 그는 9년간 단 한 번도 기자회견을 하지 않았고, 자국 언론을 통제해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통상 외국 정상이 백악관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회담하면 공동 회견에서 각국 기자가 2명씩 질문하는 게 관례이지만 이날 회견에서는 미국 기자, 인도 기자 한명씩만 질문을 허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