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지난 22일 (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열린 국빈만찬장에서 건배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노래에 재능이 있었다면 여러분들 앞에서 노래를 불렀을 것이다.” 미국을 국빈 방문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백악관 만찬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우회적으로 언급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 방미 때 ‘아메리칸 파이’를 부른 일화를 꺼내며 만찬장 분위기를 푼 것이다.

22일(현지 시각) AP통신에 따르면 모디 총리는 이날 백악관 국빈 만찬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질 바이든 여사를 위한 건배사 도중 “여러분의 환대가 손님들을 감동시켜 노래를 부르게 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를 두고 모디 총리가 지난 4월 백악관 국빈 만찬에서 애창곡 ‘아메리칸 파이’를 열창해 박수갈채를 받았던 윤 대통령을 언급한 것이라고 통신은 설명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 등의 요청에 마이크를 잡고 돈 맥클린의 ‘아메리칸 파이’를 불러 화제를 모았다. 윤 대통령이 첫 소절을 부르자 현장에선 환호와 박수가 쏟아졌고, 노래를 마친 뒤에는 기립 박수가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월 26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열린 국빈만찬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함께 무대에 올라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돈 맥클린 '아메리칸 파이'를 부르고 있다./뉴시스

모디 총리는 이날 미국과 인도의 관계가 나날이 가까워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서로의 이름을 올바르게 발음할 수 있고, 서로의 억양을 더 잘 알아들을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인도의 어린이는 핼러윈에 스파이더맨이 되고, 미국의 청년은 ‘나투 나투’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고 말했다. ‘나투 나투’는 인도 영화 ‘RRR’(저항, 포효, 봉기)에 삽입한 곡으로, 이 곡에 맞춘 군무 장면이 인기를 끌었다.

모디 총리는 2014년 당시 부통령이었던 바이든 대통령과의 만남을 언급하기도 했다. 당시 바이든은 종교적인 이유로 금식 중인 모디 총리에게 무엇을 먹을 수 있는지 묻고 또 물으며 걱정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모디 총리는 “오늘 그걸 만회하겠다”며 “당시 그토록 애틋하게 바라던 것을 오늘에야 충족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건배사에서 “미 상원 외교위원장이던 20년 전 미국과 인도가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파트너가 된다면 세계가 더 안전한 곳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며 “대통령이 된 지금 그 말을 훨씬 더 믿는다”고 했다.

이날 채식주의자인 모디 총리를 위해 기장과 옥수수로 만든 샐러드, 포토벨로 버섯, 딸기 쇼트케이크 등이 테이블에 올랐다. 인도계인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와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 팀 쿡 애플 CEO 등을 비롯해 영화 ‘식스 센스’를 연출한 인도계 할리우드 감독 M. 나이트 샤말란과 미국 디자이너 랠프 로렌 등이 만찬에 참석했다.

모디 총리는 한때 미국이 외면하던 ‘기피 인물’이었으나,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국빈 방문에서 모디 총리를 적극적으로 환대하고 있다. 중국을 포위하려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인도의 역할이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모디 총리는 2016년에 이어 이번에 두 번째로 미국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했다.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은 미 의회가 외국 지도자에게 표하는 최고 예우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