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법무부는 23일(현지 시각) 미국 사회에서 급격히 퍼지고 있는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을 만드는 데 필요한 화학 원료를 미국으로 밀수한 중국 기업과 중국 국적자들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그간 미 정부는 펜타닐의 확산과 관련해 중국 정부의 협조를 공개적으로 요구해왔는데, 이날 기소로 미·중간 긴장이 다시 고조될 것이란 전망이다.

메릭 갈랜드 미국 법무장관이 23일(현지 시각) 워싱턴 DC에서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을 만드는 데 필요한 화학 원료를 미국에 밀수한 중국 기업과 중국 국적자들을 기소했다고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무부는 이날 펜타닐 원료 생산, 유통, 판매 등과 관련한 혐의로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 있는 화학업체 아마블 바이오테크(Amarvel Biotech) 등 4개 중국 기업과 8명의 중국인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펜타닐 전구체를 미국에 밀수한 혐의로 중국 기업과 중국 국적자를 기소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법무부는 설명했다. 이어 중국 기업이 미국으로 보낸 펜타닐 원료 200kg을 압수했으며 이는 미국인 2천500만명을 죽이는 데 충분한 펜타닐을 만들 수 있는 양이라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헤로인보다 50배나 강력한 합성 마약인 펜타닐 과다복용으로 2022년에만 약 11만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18∼49세 미국인의 사망 원인 1위다. 미국 보건 비영리단체 카이저패밀리재단(KFF)에 따르면, 미 전역에서 펜타닐로 인한 24세 이하 사망자가 2019년 3683명에서 2021년 6531명으로 2년 만에 77% 증가했다. 미 정부는 펜타닐을 불법 유통하는 멕시코의 마약 조직을 단속하는 한편 멕시코와 미국에 펜타닐 원료를 공급하는 중국 기업들을 제지하라고 중국 정부에 요구해왔다.

지난 18∼19일 베이징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도 중국 측과 회담에서 펜타닐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미 NBC방송은 “블링컨의 방중으로 미중 고위급 대화가 재개됐지만 이 직후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시진핑 국가주석을 향해 ‘독재자’라고 해 분위기가 다시 나빠진 상태”라며 “이 와중 중국을 겨냥한 법무부의 조치가 나왔다”라고 했다.

메릭 갈런드 법무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지난 4월 펜타닐대란에 책임이 있는 이들을 끝까지 추궁하겠다고 한 바 있다”며 “그것은 마약 조직이 치명적인 펜타닐을 제조하는 데 필요한 원료를 제공하는 중국 화학 기업들을 막는 것도 포함한다”라고 했다. 이어 “중국 정부가 중국의 화학·제약 회사가 펜타닐 마약 제조와 유통에 역할을 하는 것을 막는 결단력 있는 조치를 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중국은 강력 반발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4일 “전형적인 임의 구금이자 일방적인 제재이고 완전한 불법”이라며 “중국 측은 이에 대해 강렬하게 규탄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