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학군인 뉴욕시 공립학교의 유치원생과 초·중·고교생 100만여 명이 올 가을학기부터 매일 학교 일과시간에 ‘마음챙김 호흡(mindful breathing)’을 2~5분씩 의무적으로 하게 된다. 마음챙김 호흡은 들숨과 날숨에 집중해 스트레스를 줄이고 자기 인식을 높이는 명상의 한 방법으로, 불교 등 동양의 수행 전통에서 기원해 최근 서구 의학·심리학계에서 각광받고 있다.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은 27일(현지 시각) 회견을 열고 “호흡은 신경계를 안정시키고 균형 감각과 집중력을 회복시키는 효과가 있다. 정신 건강을 개선시키는 것으로 증명된 가치 있고도 저렴한 방식”이라고 했다. 이어 “다른 문화권에선 수천년간 호흡법을 배웠는데 우리는 그러지 못했다. 호흡도 과학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애덤스 시장은 자신이 어릴 때 난독증에 문제아였는데 명상 호흡을 배운 뒤 나은 사람이 됐고, 선거운동 할 때도 명상으로 마음을 다스려 이겼다고도 했다.
미국 어린이·청소년 사이에서 코로나 팬데믹 이후 불안과 우울, 자해 등 정신건강 위기가 불거지면서 학교들은 이에 대응하는 각종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로스앤젤레스에선 올해부터 학생들에게 원격 정신건강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일리노이주는 학생들이 연 최대 5일의 ‘정신건강 휴일’을 쓸 수 있게 했다. 다만 뉴욕의 경우 교내 정신상담 지원과 사회복지사 배치 등에 쓰일 예산을 대폭 줄이면서, 대신 비용이 안 드는 ‘호흡법’으로 때우려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한다.
뉴욕경찰로 22년 근무한 뒤 뉴욕주 상원의원과 브루클린 구청장을 거쳐 지난해 역대 두 번째 흑인 뉴욕 시장으로 취임한 애덤스는 개인적 경험을 정책과 접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뉴욕 공립학교들은 매주 월요일과 금요일을 ‘고기 없는(meatless) 날’로 지정, 아침·점심 급식으로 채식 식단만 제공하고 있는데, 애덤스 시장이 지난해 취임한 이후 금요일엔 우유·치즈 등 유제품과 달걀도 일절 금하는 엄격한 비건(vegan) 식단만 제공하고 있다. 열성적 채식주의자인 그는 “당뇨병을 채식으로 고쳤다”며 채식의 효능을 홍보해왔다. 이런 정책에 대해 어린이·청소년의 영양 불균형이 우려된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