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대법원이 29일(현지 시각) 1960년대부터 시행해온 ‘소수 인종 우대 정책(Affirmative action)’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린 가운데 9명의 대법관 가운데 2명의 흑인 대법관이 서로를 비판하면서 대립했다. 보수 성향의 흑인 남성인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과 진보 성향의 흑인 여성인 커탄지 브라운 잭슨 대법관은 서로의 이름까지 거론하면서 상대방의 철학을 공격하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역사상 두 번째 흑인 연방대법관으로서 보수 성향인 토머스 대법관은 소수 인종 우대 정책에 수차례 부정적인 의견을 밝혀왔다.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한 토머스 대법관은 대학교의 소수인종 우대정책의 수혜자다. 그럼에도 이 제도로 인해 취직하는 데 걸림돌이 됐다고 주장했다. 대형 로펌들이 그의 능력을 의심해 번번이 퇴짜를 놨다는 것이다.
그는 이날도 보충 의견을 통해 “삶에서 일어나는 좋은 일이나 나쁜 일의 모든 책임이 인종에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잭슨 대법관의 인종 중심적(race-infused) 세계관은 단계마다 실패한다”고 했다. 소수 인종 우대 정책의 위헌 판결에 반대한 잭슨을 비판한 것이다. 이어 “개인은 각자의 고유한 경험, 도전, 성취의 총합이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직면하는 도전이 아니라 어떻게 이에 맞설지에 대한 그들의 선택”이라고도 했다. 그는 ‘헌법은 인종에 근거한 분류 자체를 금지하고 있는만큼, 이 정책도 폐기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토머스 판사는 이어 “더 나쁜 것은 잭슨 판사가 모든 흑인을 피해자로 분류한다는 것”이라며 “그렇게 하고 싶은 그녀의 욕망은 나에겐 이해가 안된다”고도 했다. 또 “(잭슨 판사의) 이러한 견해는 개인의 성취에 대한 모욕이며, 영구적인 희생자가 되기보다는 장벽을 뚫고 나아가려는 젊은 마음들에게 암적(cancerous)이다”라고도 했다.
토머스 대법관이 이를 읽을 때 잭슨 대법관은 무표정한 얼굴로 앞을 응시하고 있었다고 CNN 등은 전했다.
이에 잭슨 대법관은 이날 자신의 직접 의견을 읽지않고, 자신을 비판한 토머스 대법관 의견에 각주를 달고 반박했다. 작년 대법관으로 취임한 잭슨 대법관은 최초의 여성 흑인 대법관이다. 그는 “토머스 판사는 일일이 거론하기엔 너무 많은 논리의 오류를 점화시키고 있다”며 “인종이 지원자들의 고유한 경험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저나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의 전체적인 이해를 능가하는 인종 의식에 대한 집착을 보여준다”고 했다. 이어 “인종은 생각하지 말라고 하는 사람들은 인종과 연결된 차별을 해결하기는커녕 보는 것도 거부한다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