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교육부가 연방정부 학자금 대출을 이용한 뒤 20~25년 이상 장기 상환한 80만4000명의 채무 390억달러(약 50조원)를 탕감해 주겠다고 14일(현지 시각) 밝혔다. 작년 8월 고소득자가 아니라면 1인당 최대 2만달러(약 2600만원)의 학자금 채무액을 탕감해 주겠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발표했지만 지난달 연방대법원이 “의회의 승인 없이 그럴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제동을 걸자, 다른 형식의 탕감책을 내놓은 것이다.

학자금 대출 탕감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2020년 대선에서 공약했던 사안이다. 보수 대법원에서 공약 이행에 제동이 걸리자 내년 대선을 의식한 바이든 대통령이 부랴부랴 ‘플랜 B’를 가동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미 교육부는 연방정부 학자금을 대출받은 뒤, 소득에 기반한 상환 프로그램(IDR)에 등록해서 이미 240~300회 월납금을 상환한 사람들의 남은 대출금을 탕감해 주기 위해 대상자 80만4000명에게 개별 통보를 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20~25년 동안 빚을 갚고도 남은 채무가 있다면 취소해 주겠다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채무자의 소득에 따라 소득의 일정 비율 이하 금액만 매월 상환하도록 하고 있다. 20~25년 동안 빚을 갚고도 남은 대출금이 있다는 것은 소득이 높지 않다는 뜻이다.

그래서 기존에도 학부 학자금 대출은 20년 상환 후, 대학원 학자금 대출은 25년 상환 후에 남은 액수의 탕감을 신청할 수 있는 제도가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이행은 되지 않아 탕감 신청자의 99%가 거절을 당했다고 미 공영 라디오 NPR은 보도했다. 20년간 매월 학자금 대출을 상환한 후 탕감을 신청한 440만명 중 교육부로부터 탕감을 승인받은 사람은 32명뿐이었다는 것이다.

유명무실해진 이 제도를 부활시킨 것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어떻게든 학자금 탕감 공약을 이행하는 모양새를 갖추기 위한 바이든 행정부의 궁여지책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작년 8월 바이든 대통령은 연간 소득 12만5000달러(부부 합산 25만달러) 미만의 가구를 대상으로 최대 2만달러까지 학자금 채무를 면제해 주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기존 상환액이나 상환 기간과 무관하게 현재 소득이 일정 수준 이하라면 탕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대학을 졸업한 지 얼마 안 된 20~30대 젊은 유권자의 표심 잡기로 해석됐다. 하지만 연방대법원은 지난달 대규모 예산이 필요한 정책을 의회 승인 없이 행정부가 독자적으로 실행할 권한은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대법원의 결정이 잘못됐다”며 “새로운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