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1월 미국 대선이 민주당 소속 조 바이든 현직 대통령과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리턴 매치(재대결)’로 치러질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미 정가에서 새로운 대선 후보를 물색하는 ‘제3 후보론’이 부상하고 있다. 바이든과 트럼프에 거부감을 느끼는 유권자들이 최근 여론조사에서 다른 후보를 고려할 의향이 있다고 답하면서 대안 후보를 내세우려는 정치 단체들의 움직임 또한 구체화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내 '대항마'로 급부상하고 있는 글렌 영킨 미 버지니아 주지사가 지난 4월28일 한국을 방문해 국무총리실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와 만나 기념 촬영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미 의회 전문 매체 더힐은 22일(현지 시각) “(바이든·트럼프 외에) 2024년 대선 레이스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정치인들이 나오고 있다”며 ‘제3 후보’로 거론되는 후보 3명을 거론했다. 공화당 소속의 글렌 영킨 버지니아 주지사는 2021년 중간선거 때 민주당 강세 지역인 버지니아주에서 승리해 스타로 떠오른 ‘정치 신인’이다. 사모펀드 칼라일그룹의 공동대표 출신인 그는 트럼프의 강력한 라이벌로 꼽혔던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최근 지지율 하락으로 고전하자 ‘트럼프 대항마’로 급부상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이지만 바이든 행정부의 주요 입법에 잇따라 제동을 걸면서 ‘중도파’ 정치인으로 이름값을 올렸던 조 맨친 상원의원, 공화당 소속이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을 앞장서 비판해온 래리 호건 전 메릴랜드 주지사 등도 유력 후보로 꼽히고 있다. 더힐은 “이들 모두 출마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전했다.

바이든과 트럼프가 이미 강력한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제3 후보론이 뜨는 것은 두 후보 모두에게 ‘피로감’을 느낀다고 하는 유권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 등은 “바이든 대통령의 경우 ‘고령’을 이유로, 트럼프는 극단적 이념 성향 및 사법 리스크 때문에 대선 후보로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유권자들이 상당수”라고 보도했다. 야후뉴스와 여론조사 업체 유고브가 지난 13~17일 성인 1638명을 대상으로 진행해 20일 발표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내년 대선에서 ‘두 후보가 다시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절반 이상이 바이든·트럼프 모두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답했다.

조 맨친

이런 상황에서 중도 성향 정치 단체인 노레이블스(No Labels)가 제3의 후보를 선출할 움직임을 보이자 워싱턴 정가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단체는 내년 대선 때 민주당과 공화당에서 각각 후보 1명씩을 낸다는 목표다. 맨친 의원과 호건 전 주지사를 유력 후보로 꼽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제3 후보가 실제 승리할 가능성은 낮지만, 바이든·트럼프 양강 구도를 뒤흔들면서 선거 결과의 당락을 좌우할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보도했다. 특히 경합 주에서는 각 후보 득표율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2000년 대선에서 랠프 네이더 녹색당 후보의 2.74% 표가 앨 고어 민주당 후보에게 갔더라면, 앨 고어가 조지 W 부시 당시 공화당 후보를 이길 수 있었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이번에 민주당에선 맨친 의원이 실제 대선에 출마할 경우 민주당 표를 분산시켜 결국 트럼프에게 유리한 결과로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친(親)민주당에 가까운 중도 정치 단체 ‘제3의 길(The Third Way)’은 수차례 “2024년 노레이블스(제3 후보론)의 우승 희망은 ‘환상’”이라며 공개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