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해외에 중국 문화·언어를 알린다는 명분으로 세워왔지만, 사실상 공산당 체제 선전 거점으로 활용해온 ‘공자학원(孔子學院)’이 미국의 K-12(유·초·중·고교) 교육기관에도 깊숙이 진출했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26일(현지 시각) 발표됐다. 미 공화당의 대중(對中) 강경파들은 “미국 대학에 진출한 공자학원 퇴출에만 주력한 정부가 초·중·고교 실태에는 눈감고 있었다는 것”이라며 “어린 학생들까지 중국 공산당의 영향력에 노출돼 있는 상황이니 시급히 퇴출 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앨러배마주 소재 트로이대에 있는 공자학원. /트위터 캡처

미국의 학부모 단체 ‘교육을 수호하는 학부모들’(PDE)은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국 공산당이 미 전역 143개 학군의 교육위원회(교육청)와 ‘공자학원 교실 설립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파악했다”며 “특히 143곳 중 20곳은 미군 기지 인근이었고 미국 내 최고 과학·기술고교 3곳도 포함됐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미 교육부 등을 통해 확보한 미국 학교와 공자학교 간 계약 문건을 분석한 결과, 2009년부터 최근까지 14년간 중국 정부가 약 1800만달러(약 230억원)를 미국 학교들에 지원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중국 정부는 미국의 학교에서 중국어, 문화·역사 수업 등을 진행할 중국인 교원 등 선발에 개입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PDE는 “미국의 어린 학생들이 중국 공산당 ‘이념 선전’의 표적이 됐다는 뜻”이라며 “중국 정부가 저학년 학생들의 교과 과정에 접근해왔다는 사실에 미국의 많은 가족들이 놀라고 걱정한다”고 했다. 이날 보고서가 발표되자 공화당의 짐 뱅크스 하원의원은 미겔 카르도나(Miguel Cardona) 교육부 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중국 공산당의 돈이 미국의 교육기관으로 유입되면 안 된다”며 교육부 차원의 전수 조사를 진행하라고 요구했다고 미 워싱턴이그재미너가 보도했다.

지난 2021년 미국 터프츠대에 설치된 공자학교 앞에서 시민단체 회원들이 퇴출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 /트위터 캡쳐

지난 2005년 메릴랜드대에 처음 설치된 미국 내 공자학원은 점차 늘어나 2017년 118곳까지 늘었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당시 미·중 갈등이 증폭되면서 미 전역에서 ‘퇴출 움직임’이 일었다. 미국은 공자학원이 겉으로는 중국어·문화 교육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중국 현지에서 파견된 교직원이 첩보 수집과 중국인 유학생 감시 등을 해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미 의회조사국(CRS)이 지난 5월 발표한 ‘미국의 공자학원’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내 공자학원은 작년 말 기준으로 7곳으로 줄었다. 올해 미 상·하원에는 공자학원을 유치하는 고등교육기관에 자금 지원을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들이 발의됐고, 이달 미 국방부는 공자학원의 지원을 받은 미국의 대학에는 자금 지원을 중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